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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22년 10월. 두산 베어스 구단이 새 사령탑으로 이승엽을 낙점했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야구계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이승엽 감독은 2017년 현역 은퇴 후 현장을 떠나 있었다. KBO 홍보대사, 해설위원 등으로 끈은 놓지 않았지만, 코치 경력 없이 곧바로 감독이 됐다.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평가에는 단순히 젊은 나이 뿐만 아니라, 이런 현장 지도자 무경험에 대한 우려까지 두가지가 함께 담겨있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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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치 경력 없이 '레전드'로 인정을 받아 감독 자리에 오른 이승엽 감독과, 은퇴 이후 5년간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은 후 왕좌에 오른 이범호 감독 선임은 앞으로 구단들의 선택지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박용택, 이대호, 김태균 등 이들과 현역 시절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은퇴 시기도 비슷하며, 리그 역사에 획을 그은 '레전드' 출신들의 향후 행보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이승엽 감독이 선임됐을 때,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야구계 내부에서 이를 열렬히 환영하는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았다.
타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승엽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감독을 하고, 프로야구 부흥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호, 박용택 이런 선수들도 충분히 감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라이벌 구도도 형성하고 판을 키워나가야 한다. 예전처럼 무조건 어떤 단계를 거쳐야 감독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내부에서 키워서 쓰는 감독이 생길 수도 있고, 레전드 선수 출신들이 감독이 될 환경도 충분히 된다고 본다. 틀에 갇혀만 있으면 리그가 발전할 수 없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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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이범호의 경우에도 '언젠가 한번은 타이거즈 감독을 할 사람'이라는 평가는 있었지만, 당장 올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는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빠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나이, 경력에 대한 야구계 보이지 않는 선입견들이 하나씩 깨지고 있다. 앞으로 새 감독 선임 하마평에 보다 폭 넓은 후보군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