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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충격의 연속이다. 10년 이상 알고 지내온 절친한 친구이자 통역이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배신. 오타니 쇼헤이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까.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과거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미즈하라는 니혼햄에서 영어 통역일을 하다가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와 계약할 당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함께 보낸 시간만 7년 가까이 됐다.
단순히 통역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타니가 운전 면허를 따지 않았을때 운전 기사 역할도 했고, LA 인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통해 오타니의 식사를 챙기기도 했다. 훈련 보조 뿐만 아니라 전력 분석 등 사실상 24시간 함께 하는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때문에 고국 일본에서 오타니 못지 않게 유명한 통역이 바로 미즈하라였다. 서울 개막전 참석차 오타니의 아내와 부모님, 가족들이 한국을 찾았는데, 미즈하라의 아내 역시 '오타니 패밀리'와 시종일관 함께 하며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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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타니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었고, 미즈하라가 정말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쓴 것인지, 아니면 오타니가 친구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미즈하라는 19일 'ESPN'과 90분에 걸쳐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에서 "내가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오타니는 (도박 빚 이야기를 들은 후)기뻐하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가 또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를 위해 도박 빚을 갚아주기로 했다. 나는 쇼헤이(오타니)가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 나 역시 이 업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나는 교훈을 얻었다. 나는 수백만 달러를 잃었고, 빚을 메우기 위해 도박을 하고 또 했지만 계속 돈을 잃었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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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는 2021년 샌디에이고 포커 게임에서 보위어와 처음 만났고, 2022년말 이미 빚이 100만달러 이상이 됐다. 그리고 이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고백했다. 다만, 미즈하라는 자신이 야구와 관련해서는 베팅을 한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가 베팅을 한 스포츠 종목은 해외축구, NBA, NFL, 대학 풋볼이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고백한 후, 오타니가 직접 컴퓨터로 자신의 계좌에 로그인해 수개월에 걸쳐 돈을 송금해줬다고 밝혔다. 'ESPN'은 "이들은 거래 설명란에 '대출 명목'이라고 적었다"고 했다.
미즈하라는 왜 오타니가 돈을 직접 주지 않고, 자신이 계좌 이체를 직접 했는지에 대한 'EPSN'의 질문에 "오타니가 돈과 관련해서는 저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제가 돈을 받으면 또 도박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보는 앞에서 보위어의 동료에게 돈을 송금했다. 빚을 갚아주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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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는 미즈하라도 자신의 말을 바꿔 "오타니는 내가 도박을 한 사실과 빚을 진 사실, 갚으려는 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분명 오타니도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알고 있었을텐데, 그러기에는 20일 서울 개막전에서 보여준 두사람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오타니는 정상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을 뛰며, 다저스 선수로서의 첫 안타, 타점까지 신고했다. 관중석에는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미즈하라의 아내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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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 직전, 혹은 경기 중 어떠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개막전이 끝난 후 고척돔내 다저스 클럽하우스를 찾아 "나는 도박 중독이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다저스 선수단이 개막전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가는 선수단 버스에 탑승했을 때도 미즈하라가 오타니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은 "MLB 사무국 관계자에 따르면, 오타니는 현재까지 징계 대상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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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1년 연봉을 감안했을때, 잇페이의 연봉이 단순 계산만으로도 10억원~2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됐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잇페이는 불명예스럽게 명예와 직업을 잃었고, 오타니도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를 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