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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형도 감동한 '등번호 형제애'…나란히 호주行, '국대 강속구' 최고의 조력자 탄생했다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5-01-23 17:23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형도 감동한 '등번호 형제애'…나란히 호주…
김지현(왼쪽)-김서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너랑은 못하겠다.", "친형도 안 받아주면 누가 받아주냐."

한화 이글스의 김서현(21)은 입단 후 지난해까지 54번을 달고 뛰었다.

2024년 시즌을 마치고 열린 프리미어. 김서현의 등에는 44번이 새겨져 있었다. 김서현은 "형의 번호"라고 밝혔다.

김서현의 친형은 소래고-인하대를 졸업해 2024년 육성선수로 SSG 랜더스에 입단한 포수 김지현(27).

프리미어12 준비를 앞둔 김서현은 형의 방출 소식을 들었고, 등번호라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김서현은 "형, 동생이 같이 야구를 하는데 서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최근에 방출 통보를 받아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제 형과 같이 뛴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44번을 달았다"고 이야기했다.

프리미어12 4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서현은 올 시즌에도 44번을 달기로 결정했다. 좋았던 기운을 잇겠다는 생각이었다. 동시에 형을 향한 마음도 있었다.

김서현은 22일 호주 멜버른 1차 전지 훈련 출국을 앞두고 "54번은 친구의 번호였는데 쓰면서 풀시즌을 채워본 적이 없었다. 44번은 처음 달아보는 번호다. 친형의 등번호 였는데 이제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가짐을 다잡고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형도 감동한 '등번호 형제애'…나란히 호주…
김지현(왼쪽)-김서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형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은 현실이 됐다. 한화는 최근 김지현을 불펜 포수로 영입했다.


김지현은 "한화 구단에서 먼저 연락을 해주셨다. 고민을 좀 많이 하고 있었는데, (김)서현이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부모님도 형제가 같은 팀에 있으면 좋겠다 하셔서 오게 됐다"고 했다.

김서현의 44번 등번호 이야기에 김지현은 "고맙기도 하고, 원래 그런 거 신경 안쓰는 동생인 줄 알았는데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사이. 모처럼 받은 공은 성장을 느끼게 했다. 김지현은 "서현이가 고3 때 청소년대표팀을 다녀와서 공을 받은 이후 이달 초에 처음으로 공을 잡아봤다. 공 움직이도 커지고 많이 달라졌더라. 그래서 (김)서현이게에 '너랑은 못하겠다'고 농담했는데 서현이가 '친형도 안 받아주면 누가 받아주냐'더라"고 이야기했다.

김서현은 "형이 나를 잘 아는만큼, 불펜에서 형에게 던지면서 팔을 풀고 나가면 오늘 내 공이 어떤지 좀 더잘 알고 경기에 나갈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동생 뿐 아니라 한화 투수의 성장을 도와줘야 하는 만큼, 책임감도 보였다. 김지현은 "서현이 뿐만 아니라 우리 팀 투수들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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