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주장이자 공수 핵심인 양의지가 전날 옆구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경기전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전날 오명진-강승호-김호준-박지훈-박치국으로 이어진 실책 5개에 주루코치마저 외면하고 달린 김재환의 주루사까지 쏟아진 졸전에 대해 "다 내 책임이다. 스태프가 부족했다. 비난은 내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겐 응원을 해달라"며 침통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8회초 무사 3루 롯데 나승엽이 역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26/
지난해 18홈런을 친 손호영이 시즌초 부진을 겪는 가운데, 올해는 나승엽이 거포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4번타자로 우뚝 섰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날 시즌 6호 홈런을 쏘아올린 나승엽에 대해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친다. 높은 쪽에 자기 존을 형성해놓고 자신있게 휘두른다"며 칭찬했다.
시작은 두산이 좋았다. 잭로그가 매이닝 기분좋게 호투한 반면, 롯데 나균안은 매이닝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까지 진출시키며 진땀 피칭을 이어갔다. 6안타에 몸에맞는볼 1개, 볼넷 3개를 묶어 3실점. 4⅓이닝 동안 투구수가 85개에 달했다.
선취점도 두산이 냈다. 2회말 3루수 손호영의 실책으로 주자가 출루했고, 1사 2루에서 두산 오명진의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 김민석-김기연의 연속 안타로 0-2가 됐지만, 김민석을 3루에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4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롯데 나균안이 루상에 있던 두산 김민석에 말을 건네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26/
3회말 2사 1,2루, 4회말 1사 만루의 거듭된 위기를 가까스로 실점없이 넘겼다. 거기까지였다. 5회말 첫 타자 양석환에게 몸에맞는볼, 김재환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강승호의 우중간 깊숙한 타구는 뜬공으로 처리됐지만, 롯데 중견수 황성빈의 결사적인 질주에 이은 슬라이딩 캐치 덕분이었다.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번째 투수로 투입된 송재영이 2루 땅볼로 1점을 허용, 나균안의 실점은 3개가 됐다. 경기 내용에 비하면 천만다행이었다.
롯데는 4회까지 단 1안타로 꽁꽁 묶였다. 5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엔 실패했다.
하지만 6회부터 반격이 시작됐다. 1사 후 윤동희가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했고, 레이예스의 내야안타로 1사1,3루가 됐다. 나승엽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절묘한 이중도루로 윤동희가 홈에서 세이프되며 1점을 따라붙었다.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8회말롯데 정철원이 두산 김기연을 삼진처리하며 환호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26/
7회에도 2사 후 손호영이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했고, 앞선 수비 상황에서 발목 부상을 당할 뻔했던 전민재가 그 충격을 이겨내고 투혼의 적시타를 터뜨렸다. 어느덧 1점차. 두산 잭로그는 7이닝 2실점, 투구수 93개로 승리투수 조건을 갖춘채 교체됐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맞이한 약속의 8회. 시작은 윤동희였다. 두산 최지강을 상대로 선두타자로 등장,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다음타자 레이예스의 좌중간 타구 때 두산 중견수 정수빈과 좌익수 김민석의 소통이 미묘했다. 정수빈은 먼 거리를 전력질주, 온몸을 던졌다. 하지만 휘어지며 떨어진 타구는 야속하게도 글러브에 맞고 흘렀다. 이 공을 유격수 박준영이 잡아 홈에 뿌렸지만, 공이 뒤로 빠지며 유격수 실책이 됐다. 3-3 동점.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8회초 무사 2루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롯데 레이예스의 플라이 타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타구에 2루주자 윤동희가 홈으로 파고들어 3대3 동점이 이뤄졌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26/
이어 두산이 자랑하는 김택연이 등장했지만, 나승엽은 2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수 옆을 빠져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로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