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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홈런 관련 '진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놀라운 대반전의 경기였다. 이날 양팀은 8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섰다. 전형적인 투수전 양상이었다.
홈팀 LA에인절스는 선발 호세 소리아노가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오른 불펜투수 라이언 존슨이 트레이 스위니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1이닝 1실점했다. 이후 라이언 제퍼잔이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1-1로 맞선 9회초 디트로이트 공격. 여기서 LA에인절스 최강 마무리 켄리 젠슨이 나왔다. 지난 2월에 FA로 1년-1000만달러에 계약한 젠슨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8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6세이브를 기록 중이었다. 젠슨의 무실점 행진이 계속 이어질 듯 했다.
그러나 선두타자로 나온 그린이 젠슨을 무너트렸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커터(시속 92.4마일)가 한복판으로 들어온 걸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실투를 제대로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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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홈런이 에인절스타디움의 공기를 바꿔버렸다.
이어 나온 케이스 콜트 역시 젠슨을 상대로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 3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는 비거리 398피트(약 121.3m)짜리 대형 홈런을 날리며 3-1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백투백 홈런은 'MLB 최초 기록'을 만들기 위한 서곡일 뿐이었다. 젠슨은 계속 무너져 내렸다. 1사 후 제이스 영의 우전안타 후 스위니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하비에르 바에즈에게 중월 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세 번째 홈런을 허용했다.
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진 젠슨은 이후 케리 카펜터에게 중전안타, 잭 맥킨스트리에게 중전 적시 2루타까지 맞고 2사 2, 3루에서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젠슨이 저지른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어 등판한 좌완 투수 제이크 에더는 폭투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인 뒤 스펜서 톨케슨마저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 3루를 만들었다.
이렇게 디트로이트 타자가 일순하고 타석에는 다시 그린이 나왔다. 그린은 에더의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다. 그러나 2구째 스위퍼(84마일)가 한복판으로 쏠리자 강하게 후려쳤다.
타구속도 102.7마일(165.3㎞)의 하드 히트가 31도의 각도를 그리며 중앙 펜스쪽으로 날아갔다. 가장 이상적인 홈런 타구는 순식간에 가운데 담장을 넘는 비거리 409피트(124.7m) 대형홈런이 됐다. 이로써 그린은 9회 초에만 연타석으로 각각 솔로홈런과 3점 홈런을 날렸다. 그린의 시즌 7, 8호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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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전까지 한 이닝에 2개의 홈런을 친 선수는 여럿 있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역대 디트로이트 선수 중에서 2020년 작고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 알 칼라인이 1955년 4월 18일 캔자스시티 에이스와의 경기에서 6회 연타석 홈런을 처음으로 날렸다. 이어 2007년 8월 13일 애슬레틱스 전에 매클리오 오도네즈가 2회 연타석 홈런을 친 적이 있다.
하지만 정규이닝 마지막인 9회에 연타석 홈런을 친 것은 그린이 역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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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는 지난 3월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1회 1~3번 타자가 연속으로 초구 홈런을 날리며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 기록을 세웠다. 이어 4월 30일 볼티모어와의 원정경기에서도 1회초 '세 타자 연속 홈런'을 달성했다. 당시 MLB닷컴은 '한 시즌에 두 번이나 1회 3타자 연속 홈런을 친 것은 뉴욕 양키스가 사상 최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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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애틀랜타는 '상대팀 한 타자에게 한 경기 4홈런을 얻어맞고도 이긴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세 번째이자 20세기 이후 두 번째로 나온 진기록이었다. 더불어 수아레스 역시 메이저리그 사상 세 번째 '한 경기 4홈런을 치고도 승리하지 못한 타자'로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