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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북일고 시절부터 맞춰온 호흡이다. 눈만 봐도 안다."
사실상 이날의 승패를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롯데는 6대3으로 승리하며 전날 더블헤더 싹쓸이에 이어 시리즈 스윕을 달성, 3연승을 달렸다.
지난 4월 29일 헤드샷 사구는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롯데 이적 후 스타덤에 올랐지만 아직 그 기간이 너무 짧았기에 더욱 불안감이 컸다.
다행히 복귀 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전민재는 "혹시나 트라우마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내게 그런 건 없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롯데 이적 후 조지훈 응원단장이 선물한 응원가를 듣고 "데뷔 8년만에 응원가 처음 받아본다"며 감격했던 그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처음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지만, 확고한 주전 자리를 잡은 건 롯데가 처음이다.
이날 전민재는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했다. 클린업에 든 것도 생애 첫 경험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달리 넣을 선수도 없다"며 웃었지만, 그만큼 전민재의 타격감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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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득 찬 홈팬들 앞에서 홈구장 첫 홈런을 쏘아올린 것. 전민재는 "어제 양창섭 선수가 투스트라이크에 역으로 직구를 찔렀는데 내가 안타를 쳤다. 오늘은 직구를 안 주겠다 싶어 슬라이더에 초점을 맞췄다"고 돌아봤다.
비거리 120m, 국내 최대 높이 4.8m의 사직구장 담장을 훌쩍 넘긴 홈런이었다. 데뷔 이래 사직에서 친 홈런도 물론 처음이다. 전민재는 "이렇게 홈팬들 앞에서 홈런 한번 쳐보고 싶었다. 만원 홈팬들 앞에서 이렇게 홈런을 쳐서 기분이 남다르다"며 활짝 웃었다.
2루수 고승민과의 환상적인 호흡이 빛난다. 전민재는 "북일고 시절(대전고로 전학)부터 호흡을 맞춰본 사이로 눈만 봐도 안다. (고)승민이 덕분에 경기에 편하게 임할 수 있다"는 속내도 전했다. 전날 경기에선 고승민의 다이빙캐치에 이은 글러브 토스를 받아 병살로 연결하는 화려함도 선보였다.
이날 롯데와 삼성은 우애 가득한 클래식씨리즈답지 않게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전날 전준우가 최원태의 146㎞ 직구에 어깨를 맞은 뒤 벤치 클리어링 직전까지 갔고, 이날은 아예 김태형 롯데 감독이 가장 먼저 달려나오며 벤치 클리어링을 이끌었다.
물론 전민재에겐 이것도 첫 경험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3주간 롯데가 당한 헤드샷 4번 중 가장 큰 부상을 당했고, 가장 먼저 당한 사람도 전민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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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빠지기 전 타격 1위를 질주했고, 지금도 타율이 3할 9푼을 상회한다. 롯데 역사상 첫 3할 유격수, 3번째 유격수 골든글러브, 역사상 첫 4할타자까지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다.
하지만 전민재는 "그런 생각하면 상승세가 꺾일 것 같다"며 부정타는 일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전 오늘이랑 내일만 보고 산다. 아직은 너무 주목받으면 부담스럽다. 규정타석도 가능하면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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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