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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요" 더블헤더에 현장 불만 폭주? 정말 KBO의 일방통행일까

최종수정 2025-05-20 01:20

"힘들어요" 더블헤더에 현장 불만 폭주? 정말 KBO의 일방통행일까
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와 한화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전광판에 우천 취소에 대한 안내가 나타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01/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더블헤더. 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일정. 사실 현장에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다.

더블헤더를 치르면 일단 선수들의 체력 소진이 엄청나다. 프로야구는 보통 3시간을 전후로 정규 이닝을 소화하는데, 더블헤더는 연장전이 없다고 해도 2경기 도합 6시간 이상을 뛰게 된다.

주전 야수들의 경우 2경기를 전부 풀타임으로 뛰는 경우도 심심치 않고, 투수 기용 역시 까다롭다. 선발 투수는 하루에 2명을 소진해야 하고, 불펜 투수들의 출혈도 적지 않다. 코칭스태프가 더블헤더를 치를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최대한 승리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선수 기용과 체력 안배를 어떤 식으로 해야할지다.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지면 하루에 2패를 하는 셈이기 때문에 후유증이 엄청나다.

KBO리그는 올 시즌에도 주말 경기에 한해 더블헤더를 치르고 있다. 지난 9일 5경기 중 4경기가 우천 순연되자 이튿날인 10일 더블헤더 4경기가 편성됐고, 10일에도 3경기가 비 때문에 우천 순연되자 11일에 다시 더블헤더가 편성됐다.


"힘들어요" 더블헤더에 현장 불만 폭주? 정말 KBO의 일방통행일까
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와 한화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전광판에 우천 취소에 대한 안내가 나타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01/
최근 주말에 비가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난주에도 더블헤더가 펼쳐졌다. 금요일이었던 16일에 5경기 전부 우천 순연됐고, 이튿날 총 10경기가 열렸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더블헤더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체력 소진도, 후유증도 2배 그 이상이라고 본다. 단순히 성적이 안좋은 팀 뿐만 아니라, 전력이 좋고 상위권 성적을 달리고있는 팀 역시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게 바로 더블헤더다. 주말이 되면 차라리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선수층도 얕은 리그에서 굳이 더블헤더를 시행해야 하냐 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KBO를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블헤더 시행은 KBO의 단독 결정이 아닌, 10개 구단 대표이사들이 모인 KBO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다.


"힘들어요" 더블헤더에 현장 불만 폭주? 정말 KBO의 일방통행일까
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LG와 한화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김시진 경기감독관이 방수포가 덮인 그라운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01/
더블헤더 부활은 지난 2023시즌의 상황과 맞물려있다. 최근 기후 이변이 심해진데다, 돔 구장이 1개(고척 스카이돔) 뿐인 리그의 특성 때문에 비가 오면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2022년 42경기였던 우천 취소가, 2023년 72경기로 거의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때문에 그해 정규 시즌 일정이 10월 중순을 넘겨 끝났고, 한국시리즈는 11월 13일에 종료됐다.


포스트시즌 일정이 너무 늘어지면, 추위라는 변수가 생기는데다 보통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국제 대회, 이벤트 경기 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시즌을 정해진 선 안에서 끝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시 KBO는 "야구 팬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선수단 부상 방지를 위해서 정규시즌의 정상적인 진행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사회가 2024시즌을 앞두고 금, 토요일 경기에 한해 더블헤더를 공식 편성했고 대신 혹서기인 7,8월은 제외하기로 했다.


"힘들어요" 더블헤더에 현장 불만 폭주? 정말 KBO의 일방통행일까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 갑자기 내린 우박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13/
당시 현장의 의견도 수렴했다. 구단을 통해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지옥의 연전'이 될 수 있는 월요일 경기보다는 더블헤더가 현실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도 이 규정이 이어진 것이다. 단 유연하게 대처는 하고 있다. 올해도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더블헤더 미편성 기간을 4월 13일까지로 연장했고, 올 시즌의 실질적 더블헤더는 5월 한달이다.

혹서기의 기준을 더 넓혀 6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더블헤더 미편성을 미리 못박아뒀기 때문이다.


"힘들어요" 더블헤더에 현장 불만 폭주? 정말 KBO의 일방통행일까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 올 시즌 10번째 매진을 기록한 한화생명 볼파크.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26/
물론 더블헤더가 여러 부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단순히 현장 뿐만 아니라 구단이나 경기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처럼 '직관' 열기가 뜨거운 때에는, 1차전 종료 후 관중들이 전부 빠져나가고 또 같은 시간에 2차전 관중들이 몰리면서 안전 사고에 대한 위험성도 있다. KBO는 올 시즌 더블헤더 시행시 1차전 종료 후 2차전 시작 시간을 1시간으로 연장하면서 사고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더블헤더를 아예 하지 않고 1경기씩만 편성하면서 시즌을 온전히 치르는 것이 베스트지만, 돔구장이 부족하고 날씨 변수가 점점 늘어나는 한국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또 KBO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이사회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친 결정이었던 만큼 '일방통행'에 대한 오해는 거둬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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