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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팍'에 길들여진, 삼성의 극단적 홈런 야구...이 선수 없다면 '폭망' 가능성도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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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2 11:15 | 최종수정 2025-05-22 12:07


'라팍'에 길들여진, 삼성의 극단적 홈런 야구...이 선수 없다면 '폭망…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키움전. 11회초 1사 만루 김지찬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0/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집 나가면 수그러지는 삼성 타격, 김지찬만 돋보인다.

삼성 라이온즈는 20, 2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척스카이돔 원정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기 전까지 원정 7연패 중이었다.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하나는 상대가 최하위로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키움이었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지찬이 리드오프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변수에 대한 설명. 냉정히 키움이라 이긴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일 첫 번째 경기, 연장 11회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 키움이 이길 수 있는 찬스를 숱하게 잡았지만, 힘이 부족했다.

물론 비교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다른 상위 팀과의 승부였다면 삼성이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경기력이었다. 21일 경기도 마찬가지. 상대 선발 하영민에게 고전했다. 경기 후반 허약한 불펜을 공략해 쐐기점을 만들었다.

두 번째 변수에 대한 설명. 김지찬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삼성 타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김지찬은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1일 경기는 볼넷까지 더해 3출루 3득점. 20일은 연장 11회 결승타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리드오프'란 이런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어느 팀이든 출루 잘하는 1번타자는 있다. 하지만 삼성 야구에는 왜 김지찬이 더 중요한 것일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라팍'에 길들여진, 삼성의 극단적 홈런 야구...이 선수 없다면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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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올시즌 홈과 원정 성적이 극명하게 갈린다. 고척돔에 오기 전까지 원정 7연패였다. 21일 기준, 홈은 16승12패 승률 5할7푼1위로 리그 3위인데 원정은 7승1무13패 승률 3할5푼 9위다. 이 7승도 고척에서 2승을 더해 만든 결과물이다. 그 전까지는 더 참혹했다는 의미다.


타격 성적도 똑같다. 삼성은 리그 팀 홈런 1위다. 56개. 홈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 45개를 쳤다. 반대로 원정은 11개. KT 위즈와 원정 홈런 공동 꼴찌다. 팀 타율도 2할7푼인데 홈에서는 2할9푼4리 리그 1위, 원정은 2할3푼6리로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다.

삼성의 홈구장 '라팍'은 타자 친화를 넘어서, 타자에게 너무 유리한 구장이다. 외야가 육각 구조로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너무 짧아 홈런이 잘 나온다. 삼성은 홈구장에 맞는 팀 리빌딩을 진행했다. 김영웅, 이재현과 같이 장타력 있는 내야수들을 선발하고 기회를 줬다.


'라팍'에 길들여진, 삼성의 극단적 홈런 야구...이 선수 없다면 '폭망…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키움전. 9회초 1사 김영웅이 역전 솔로포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0/
하지만 이 극단적 홈런 야구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홈에서는 극강인데, 원정에 나가면 힘을 못 쓴다. 원정에서는 장타가 잘 안 나오니 선수들이 초조해지기라도 하는 것일까. 실제 김영웅은 올시즌 홈에서 6홈런, 원정 1홈런이다. 이 1홈런도 20일 고척돔에서 기록한 것이다. 타율은 홈 2할8푼7리, 원정 2할1푼1리다. 이재현 역시 홈 타율 2할6푼4리, 원정 1할8푼4리로 차이가 매우 크다. 홈런수도 4대1이다.

그나마 김지찬이 리드오프 자리에서 살아나가며 찬스를 만들어줘야 '홈런 야구' 속 짜임새가 생기는 것이다. 홈에서는 홈런이라도 나오면 이기지만, 원정에서는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 경기가 꼬인다. 그래도 김지찬이 휘젓고 다녀주니 어떻게라도 득점 찬스가 더 생기는 것이다.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 후 그 고민에 홈-원정 가리지 않는 구자욱을 1번에 배치해보기도 했는데, 구자욱은 잘해도 중심 타선이 헐거워지는 새로운 고민에 직면해야 했다. 그런데 김지찬이 돌아와주니 막힌 혈이 뚫렸다.

올시즌 김지찬 출전 경기가 21경기인데 삼성은 그 중 15승을 거뒀다. 또 김지찬은 홈 12경기 타율 3할7푼8리, 원정 9경기 타율 3할3푼3리로 홈-원정 가리지 않고 고르게 활약중이다. 단타자 유형이라 홈런은 없다. 그러니 홈-원정에 구애받지 않고 일관된 활약을 펼치는지도 모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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