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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렇게 질 경기였나 싶다. KIA 타이거즈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고도 결정적 순간 민낯을 드러내며 고개를 숙였다.
KIA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4회말 1사 1루에서 삼성 디아즈가 중견수 앞 안타를 친 상황. 중견수 김호령은 포구하자마자 3루로 강하게 공을 던졌다. 1루주자 구자욱이 2루를 돌아 3루로 향하고 있었다. 송구가 정확했다면 구자욱을 잡을 수는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공은 3루를 빗나가 더그아웃 쪽으로 흘러갔다. 중견수 송구 실책. 그사이 타자주자 디아즈가 2루에 도달해 1사 2, 3루 위기로 이어졌다. 선발투수 김도현은 김영웅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2사 만루에서 류지현에게 좌중간 3타점 싹쓸이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3-3이 됐다.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2루수 윤도현의 포구 실책이 나와 류지혁을 또 3루까지 보내 추가 실점으로 이어질 뻔했다.
7회초 다시 한번 김도영이 방망이에 불을 뿜었다. 2사 후 삼성 투수 김태훈의 스위퍼를 공략해 좌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왼쪽 관중석 너머로 뻗는 장외 홈런. 비거리는 130m로 기록됐다. 3경기 연속 홈런. 덕분에 KIA는 다시 4-3으로 앞서 나갔다.
결국 주전들이 대거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게 실책으로 티가 나고 있다. KIA는 현재 우익수 나성범(종아리) 1루수 패트릭 위즈덤(허리 통증) 2루수 김선빈(종아리)이 빠져 있다. 타선이 헐거워진 것은 김도영과 최형우, 오선우 등으로 어떻게든 버텨보고 있는데, 결정적 순간 수비에서 주전들의 빈자리가 티가 나고 있다. 특히 외야는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어느 자리도 주인이 없다. 나성범은 아프고, 최원준과 이우성은 부진하다 보니 그날그날 선수를 돌려 쓴다. 한번씩 실책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어수선한 경기를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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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에는 불펜의 민낯을 확인했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 올 시즌 제구 난조로 애를 먹고 있는 좌완 최지민을 올렸다. 선발투수 김도현이 4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이준영(1⅓이닝)과 전상현(1이닝)이 7회까지 던진 상황이었다.
셋업맨 조상우와 마무리투수 정해영은 이날 던지면 3연투였다. KIA가 8회까지 경기를 리드하고 있었다면 조상우와 정해영이 조금 무리하더라도 마운드에 올렸겠지만, 동점이라 고민할 만했다. KIA 타선이 작년처럼 파괴력이 있었다면 강수를 던졌겠지만, 올해 KIA 타선은 그렇지 않다.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올 시즌을 일찍 접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것도 올해 계속 불펜 운용이 버거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결국 최선의 카드가 최지민이었다. 최지민은 선두타자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시 강민호 볼넷, 류지혁에게는 볼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으나 4구째 슬라이더가 맞아 나가 중전 안타가 됐다. 1사 만루. KIA 벤치는 교체 대신 최지민을 한번 더 믿었고, 최지민은 이성규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좌절했다.
4-5로 뒤집힌 가운데 KIA는 올해 신인 성영탁을 마운드에 올렸다. 성영탁은 경기 전까지 1군 2이닝 투구가 전부였던 투수. 1점차 뒤지긴 했어도 접전에 1사 만루 위기는 신인이 단번에 넘기 힘든 산이었다. 성영탁은 첫 타자 양도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밀어내기 실점해 4-6이 됐다. 성영탁은 다음 타자 김지찬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안정감을 찾았지만, 2사 만루에서 김성윤에게 좌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KIA의 4-8 패배.
KIA는 베테랑 주전 야수들의 부재, 조상우와 정해영을 제외한 확실한 필승 카드의 부족을 절감하며 최근 연승에 잠시 잊었던 팀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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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