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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투 시키는 시대는 지났는데' 미스터리, 멘탈 무너진 특급 마무리를 왜 38개나 던지게 했을까 [수원 현장]

기사입력 2025-06-13 07:07


'벌투 시키는 시대는 지났는데' 미스터리, 멘탈 무너진 특급 마무리를 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10회초 등판한 박영현이 4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실점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박영현을 교체하지 않았을까.

KT 위즈는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7대12로 패했다.

뼈아픈 패배였다. 2회까지 안현민의 홈런 2방이 터지며 6-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믿었던 선발 소형준이 6점을 등에 업고도, 3회부터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점수를 주기 시작했고 결국 6-7 역전까지 당했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건 9회 타자들이 상대 마무리 김원중을 무너뜨리며 경기를 연장까지 몰고갔다는 것. 9회에 경기를 끝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흐름이 KT쪽으로 넘어왔다.

KT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10회초 마무리 박영현을 올렸다. 롯데도 김원중을 쓴 상황에서, 10회초를 무사히 넘기면 믿을만한 불펜을 모두 쓴 롯데 팀 사정을 감안했을 때, 10회말 승부를 걸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믿었던 박영현이 흔들렸다. 1사 후 이날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인 장두성에게 볼넷을 내줬다.


'벌투 시키는 시대는 지났는데' 미스터리, 멘탈 무너진 특급 마무리를 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10회초 1사 1루 고승민 타석에서 1루주자 장두성이 견제구가 빠지자 2루로 진루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부상을 당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박영현이 발 빠른 장두성을 견제하기 위해 1루에 공을 뿌렸는데, 그게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던 장두성의 오른쪽 옆구리를 때렸다. 몸에 맞고 공이 흐르자, 장두성은 2루로 뛰었는데 뭔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2루에 도착한 장두성은 그대로 쓰러졌다. 입에서 피까지 뱉었다. 분명 입 근처 충돌은 없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구급차가 들어왔고, 장두성은 긴급 이송됐다.

박영현도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마무리 투수라고 하지만, 박영현도 기계가 아닌 사람. 자신이 던진 공에 맞은 동료의 부상에 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프로 선수니 그 힘든 상황에서도 투구에 집중해야하는 건 맞았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지 못했는지 고승민, 레이예스, 전준우까지 4연속 볼넷을 내주며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벌투 시키는 시대는 지났는데' 미스터리, 멘탈 무너진 특급 마무리를 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10회초 2사 만루 전민재의 평범한 플라이를 장성우 포수가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1점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점수. 때문에 KT 벤치도 박영현을 쉽게 뺄 수 없었다. 1점차로 이닝을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박영현은 김민성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전민재를 내야 플라이로 유도했다. 투수와 포수 사이로 떨어졌다. 포수 장성우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 그런데 베테랑 장성우가 이 타구를 놓쳤다. 허무한 실책. 2사였기에 주자들을 다 뛰었고, 2점이 추가됐다. 사실상 롯데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순간이었다.

여기까지 박영현이 던진 공이 무려 35개였다. 전날도 22개의 공을 던진 마무리 투수였다. 안그래도 손동현 부상 후 최근 1이닝 이상 투구가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공을 던지며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는게 박영현의 스타일이라지만 연투와 투구수, 그리고 이미 넘어간 경기 분위기 등을 감안했을 때는 교체 타이밍이었다. 이 이유들 뿐 아니라 상대 부상에 흔들린 박영현의 멘탈 케어도 필요해 보였다.


'벌투 시키는 시대는 지났는데' 미스터리, 멘탈 무너진 특급 마무리를 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10회초 등판한 박영현이 4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실점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하지만 KT 벤치는 박영현을 그대로 뒀다. 그리고 박영현은 손호영에게 적시타, 김동혁에게 기습번트 안타까지 허용했다. 마지막 김동혁에게 공을 던질 때는 직구 구속이 144km까지 떨어졌다.

그 때서야 KT는 박영현을 내리고 이정현을 투입했다. 38개 투구 5실점. 자책점 1점이라고는 하지만, 세이브 선두를 달리는 투수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


'벌투 시키는 시대는 지났는데' 미스터리, 멘탈 무너진 특급 마무리를 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3회말 2사 1, 3루 안현민이 전 타석 투런포에 이어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이강철 감독이 박수를 치며 안현민을 맞이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벌투 아닌가"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박영현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공을 던졌다. 물론 최근 야구에서는 그런 벌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강철 감독이 고생하는 박영현을 벌투시킬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3점까지 막으면 10회말 공격에서 해볼 수 있다고 계산을 해 끝까지 박영현을 뒀을까. 그 상황에서 박영현에게 38개까지 던지게 한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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