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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통했다! 그런데 진짜 소원 따로 있다 [인터뷰]

최종수정 2025-07-10 01:21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연장 11회말 롯데 이호준이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가져왔다. 이호준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9/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인터뷰에 임한 롯데 이호준. 김영록 기자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연장 11회말 롯데 이호준이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가져왔다. 이호준이 김태형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9/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고졸 2년차, 21세 애송이가 초대형 사고를 쳤다. 연장 11회, 254분 혈투를 마무리짓는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 이호준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시리즈 2차전에서 연장 11회 1사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며 팀의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선발 매치업은 롯데 이민석과 두산 곽빈. 이민석은 5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고, 롯데 타선이 1~2회 3점을 따내며 곽빈을 흔들었다. 3회부터 안정을 찾은 곽빈은 7회까지 흔들림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전날은 최준용을 9회에 쓰기 위해 아끼려다 8회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날은 최준용에게 2이닝 마무리를 맡겼지만, 마지막 순간 탈이 났다.

최준용은 8회초 1사 2,3루의 위기를 막아냈다. 하지만 9회초에도 2사 2,3루 위기가 찾아왔고, 끝내 강승호에게 동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어 강승호가 과감한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바뀐 투수 김상수가 이유찬에게 역전타를 허용해 3-4가 됐다.

하지만 롯데도 전날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근 5경기 연속 등판(휴식일 제외)을 소화한 김택연의 제구가 흔들렸고, 롯데에는 행운남 이호준이 있었다.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연장 11회초 투구를 마친 롯데 심재민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9/
9회말 첫 타자 한태양이 볼넷으로 나갔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이호준의 1루 땅볼 때 3루주자 한태양이 홈을 밟아 4-4 동점이 됐다.

롯데는 베테랑 심재민이 연장 10회, 11회를 막아냈다. 롯데는 11회말 두산 박치국을 상대로 선두타자 정훈이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최항이 볼넷을 골라내며 1사 1,2루가 됐다.


그리고 다시 타석에 돌아온 이호준이 1루수 옆을 꿰뚫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4시간 14분의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심재민은 632일만의 1군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경기 후 만난 이호준의 첫마디는 "지금도 꿈만 같다. 아직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연장 11회말 롯데 이호준이 1사 1,2루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9/
1사 1,2루 상황이다 보니 1루수가 1루에 바짝 붙기보단 1,2루간에 치우쳐있었다. 이호준의 타구는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절묘하게 1루 선상으로 빠지며 끝내기 안타가 됐다.

이호준은 "직구만 노렸다. 치는 순간 조금 막혀서 애매했는데, 코스가 너무 좋았다. 운이 정말 좋았다"고 되뇌었다.

이어 "솔직히 끝내기 안타 치고 싶은 욕심이 났다.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왔다.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너무 긴장됐는데, 이렇게 또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날이 됐다"고 했다.

한창 흐름이 좋던 와중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서 더욱 이 순간이 간절했다. 이호준은 "다치고 오니까 자리도 애매해지고, 차근차근 해보려던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상상만 했던 순간이 오늘…" 끝내기 영웅 이호준, 21세 소년의 간절함…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연장 11회말 롯데 이호준이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가져왔다. 이호준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9/
이날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롯데가 승리했고, 이날 KIA 타이거즈가 패배하면서 롯데는 1995년 이후 20년만의 전반기 3위(양대리그 시절 제외)를 기록했다.'3위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2년(2위) 이후 13년만이다. 이호준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 후반기에는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오늘 전화, 연락이 많이 올 것 같다"고 했다.

타자라면 누구나 끝내기 안타는 쳐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다른 소원이 있을까.

이호준은 "저도 홈런 한번 쳐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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