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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지명타자 MVP는 오타니 하나로 족한가? 홈런-타점 휩쓰는 슈와버의 자격[스조산책 MLB]

기사입력 2025-08-21 09:17


역사상 지명타자 MVP는 오타니 하나로 족한가? 홈런-타점 휩쓰는 슈와버…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가 21일(한국시각)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8회말 투런홈런을 날리고 있다. UPI연합뉴스

역사상 지명타자 MVP는 오타니 하나로 족한가? 홈런-타점 휩쓰는 슈와버…
카일 슈와버와 브랜든 마시가 승리 후 손을 맞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가 32세의 나이에 생애 첫 MVP에 오를 수 있을까.

그가 시즌 후반 꾸준히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디펜딩 MVP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슈와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11대2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45호 홈런을 날림으로써 오타니를 제치고 NL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다시 뛰쳐 나갔다. 이 부문 전체 1위인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47개)에 2개차로 접근해 곧 따라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3연전서 슈와버가 홈런 2개를 보탠 반면 롤리는 하나도 치지 못했다.

타점 부문서는 커리어 하이인 109개를 마크,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 중이다. 2위 롤리(102개)와의 격차를 7개로 벌렸고, NL 2위 뉴욕 메츠 피트 알론소(100개)와는 9개 차이다. NL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유력한 후보다. 슈와버는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적용해 계산하면 57홈런, 139타점을 올린다. 오타니에 모아진 MVP 표심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사상 지명타자 MVP는 오타니 하나로 족한가? 홈런-타점 휩쓰는 슈와버…
8회말 우월 투런포를 터뜨린 뒤 홈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베이스를 돌고 있는 슈와버. UPI연합뉴스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슈와버는 0-1로 뒤진 1회말 선두 트레이 터너가 3루타를 치고 나가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5-2로 앞선 7회 4번째 타석에서는 1사 후 주자를 2,3루에 두고 상대 좌완 테일러 소세도의 2구째 한복판으로 떨어지는 91.6마일 싱커를 잡아당겨 104.7마일의 속도로 흐르는 우전안타를 쳐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이어 브라이스 하퍼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8-2로 점수차를 벌렸다.

하지만 하퍼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8회말 우월 투런포를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앞타자 터너가 2사 3루서 내야안타로 9-2로 점수차를 벌리자 이어 타석에 선 슈와버는 오른손 투수 사우린 라오의 3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86.9마일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우측 담장을 살짝 넘겼다.


현존 최고의 야구 선수라는 오타니나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와 비교하면 슈와버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해 보이고 화려하지도 않다. 커리어 출발이 다르기 때문인데, 최근 활약상을 감안하더라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슈와버는 2017년(30개), 2019년(38개), 2021년(32개) 등 3차례 30홈런을 터뜨렸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22년 46홈런을 때리며 NL 홈런 타이틀을 따내면서부터다.


역사상 지명타자 MVP는 오타니 하나로 족한가? 홈런-타점 휩쓰는 슈와버…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가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지명타자로 두 번째 MVP가 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하지만 삼진이 많고 타율이 낮아 '모 아니면 도',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다. 2023년에는 커리어 하이인 47홈런을 터뜨리고도 타율 0.197을 쳐 역사상 첫 '1할대 타자의 40홈런'이라는 기형적인 기록을 남겼다. fWAR이 2022년 2.2, 2023년 0.9였다. 팀 승리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작년 타율 0.248에 38홈런을 쳤고, 올해는 타율 0.253을 기록 중으로 WAR서 어느 정도 정상급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 fWAR이 작년 3.3에서 올시즌에는 20일 현재 4.0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슈와버는 지난 8일 MLB.com이 발표한 '타자 파워랭킹'서 저지와 오타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슈와버가 이 랭킹서 1위에 랭크된 것은 처음이다. 그가 40일 남은 정규시즌서 오타니를 제치고 MVP에 오른다면 메이저리그 역사가 다시 뒤집어질 수도 있다. 지명타자 MVP는 작년 오타니에 이어 올해 슈와버가 두 번째가 될 수 있다.

슈와버는 필라델피아와 맺은 4년 7900만달러 계약이 올시즌 종료된다. 32세인 그가 FA 시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가 이번 오프시즌 최대 관심사다.

슈와버는 "난 경기장에 나가 기록을 세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매일 똑같은 마음으로 나가 동료들을 도와줄 뿐이다. 기록을 세운다는 건 위대한 일이지만, 세우지 못해도 위대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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