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가 틀렸다. 김하성은 실패한 FA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일(이하 한국시각) '탬파베이 구단이 김하성을 웨이버 공시했다. 이어 애틀란타가 웨이버 클레임으로 김하성을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방출한 것과 애틀랜타가 그런 김하성을 영입한 것은 서로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
그러나 실제로는 커리어에 큰 오점이 남게 됐다. 탬파베이의 방출결정은 결국 김하성에 대해 '비싼 유리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유리몸' 판정을 받으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꾸준히 오랫동안 활약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되는 선수에게 장기계약이나 거액을 안길 구단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데뷔한 이래 꽤 성공적으로 MLB 커리어를 쌓아왔다. 안정적인 내야 멀티수비 능력을 기반으로 준수한 도루능력과 일발장타능력을 꾸준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잔부상 없이 건강한 피지컬을 보여주며 샌디에이고의 핵심선수로 금세 자리 잡았다.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때가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이때만해도 FA시장에 나온다면 '1억달러(약 1392억원)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호타준족의 내야수비 스페셜리스트는 FA시장에서 매우 귀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4시즌 중 어깨를 다치며 김하성의 커리어에 큰 위기가 닥쳤다. 시즌을 조기 종료하고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보장돼 있던 800만달러 연봉 옵션을 포기하고 FA시장에 나왔다.
어차피 2025시즌 개막합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샌디에이고에 800만달러를 받고 남아봐야 시즌 종료 후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김하성은 탬파베이와 2년-29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재기를 통해 FA시장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복귀 이후에 보여준 모습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데 있다. 일단 타격 면에서 여전히 감을 되찾지 못했다. 일발장타는 커녕 '일발' 자체를 만드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지난 7월초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김하성은 탬파베이 팀내 최고연봉(1300만달러)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약 2개월간 겨우 24경기에 나와 타율 0.214, 2홈런, 5타점에 그쳤다.
|
결국 탬파베이는 김하성을 손절하기로 결정했다.
에릭 니엔더 탬파베이 야구 부문 사장은 MLB닷컴을 통해 김하성을 방출하는 이유에 관해 "부상으로 계속 고생하고 있는 김하성의 어려움,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탬파베이의 입지, 정규 시즌 마지막 한달 동안 최고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를 좀 더 쉽게 풀이하면 '팀내 최고연봉자가 부상으로 계속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차라리 지금이라도 김하성을 손절하고 , 유망주에게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하성의 FA영입이 실패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다.
사실상 김하성을 '버리는 카드'로 취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김하성은 애틀랜타의 선택을 받아 MLB커리어를 이어갈 순 있게 됐다. 내년에도 적지 않은 연봉까지 보장받는다.
하지만 이미 '값비싼 유리몸'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상 FA대박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
그에 앞서 만약 애틀랜타에서 올해 잔여경기 동안 또 부상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타격면에서 개선점을 찾지 못할 경우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 또는 방출의 대상이 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탬파베이의 방출 결정은 김하성 커리어에 치명타를 남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