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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파격적인 결정이다. 정규 시즌 20경기나 남아있고,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감독 재계약이라니. 그만큼 이숭용 감독 체제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배려로 읽힌다.
대부분은 시즌이 끝난 후 다각도에서 검토해 재계약 혹은 경질, 혹은 새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감독 재계약 여부가 팀 성적에 크게 좌우된다. 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재계약에 실패하는 사례 역시 적지 않았다.
현재 SSG는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다. 3일 현재 팀 순위 3위지만, 3~7위가 3경기 차 이내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포스트시즌 장담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다. 진출할 가능성만큼 탈락할 가능성 역시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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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김재섭 대표이사가 직접 광주 원정 숙소를 찾았다. 이숭용 감독이 이날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김 대표이사와 기념 사진 촬영을 했다. 구단은 미리 준비해왔던 재계약이지만, 원정 도중 매듭지을 정도로 빠르게 서둘렀다.
이는 사령탑의 '레임덕' 여지를 원천 봉쇄하고, 중요한 순간 힘을 확실하게 실어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숭용 감독이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 없이 다음 시즌 구상까지 하면서 정규 시즌 최상의 결과를 위해 달려갈 원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재신임을 받은 사령탑 위주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이숭용 감독은 시즌 중 재계약 제안에 대해 "일단 굉장히 감사했다. 저를 인정해주셨고, 제가 노력했고, 우리가 함께 노력한 부분이 그래도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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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하자면, 감독이 자신의 재계약을 신경쓰며 무리한 경기 운영을 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보다 편한 마음으로 내년과 내후년까지 내다보는 운영을 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사실상 2028년 청라돔 시대에 앞서 강팀으로 리모델링을 해나가는 과정을 이숭용 감독에게 완전히 맡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이숭용 감독이 보여준 지난 2년여의 과정과 성장에 합격점을 이미 매겼다고도 볼 수 있다.
이로써 이숭용 감독은 재계약 대상 감독들 가운데 가장 마음 편하게 순위 싸움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의 거취를 보장받았지만 이 감독은 재계약 직후 "부담이 함께 밀려왔다"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경쟁력을 갖춰서 지속적인 강팀으로 만들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청라돔 시대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