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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 시즌 (이)로운이가 자리를 잡아준게 정말 크다."
그런데 3년차인 올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비시즌 개인 훈련때 '대선배' 김광현의 'KK 미니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고, 지난 2년간의 후회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팀 트레이닝파트, 투수 코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또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을 강화하면서 김광현에게 배운 슬라이더를 장착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까지 변화구 완성도를 날카롭게 가다듬으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다양해졌다. 직구 역시 150km을 수월하게 찍으면서 양면에서 효과를 보고있다.
6월 중순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 8월말까지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해오던 이로운은 8월 31일 인천 NC전에서 ⅔이닝 동안 4안타(2홈런) 4실점으로 흔들리며 평균자책점이 2.27까지 치솟았다. 시즌 내내 잘 던져오던 그가 유일하게 부침을 보인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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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흔들려도 감독은 여전히 그를 신뢰한다. 하루 휴식 후 바로 다음 경기에 등판한 이로운은 1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 홀드를 기록하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3일 광주 KIA전에서도 또 1개의 홀드 추가. 어느새 시즌 25홀드에 도달한 이로운은 5승5패1세이브에 2.20의 평균자책점으로 여전히 리그 불펜 최상위급 성적을 유지 중이다.
이로운은 "불펜은 좋든 안좋든 다음날 또 던져야 한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 만회를 해야 저도, 팀도 플러스가 되니까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또 "올해는 연속 경기 실점은 안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면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어도, 관리를 잘해주셔서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체력적으로는 괜찮은데, 직구 귀이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저는 병현이형처럼 직구로만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니까 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지난 2년간의 방황 아닌 방황에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 많았다. 데뷔 하자마자 1군 주력 멤버가 된 것은 대단한 기회다. 그런데 지난 2년간은 스스로 돌아보기에 부끄러운 성적이었다. 그가 올해 스프링캠프 출국전 인터뷰때,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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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로운과 스무살 차이가 나는 대선배 노경은이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크다. 그는 "경은 선배님은 우리가 블론을 하거나, 흔들려도 '너희가 막아주는 경기가 더 많아. 한 시즌에 무조건 5번씩은 그런 날이 있으니까 신경쓰지마'라고 이야기 해주신다. 경은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지금도 최고참이신데 이렇게 기량 유지를 하시는 게 존경스럽다"면서 "우리팀 불펜이 전체 1등이니까 모든 투수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며 미소지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1점대 평균자책점과 30홀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위해서는 앞으로 등판하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을 하며 끌어내려야 하고, 홀드는 5개가 남았다.
이로운은 "사실 평균자책점은 신경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1점대 하면 너무 좋겠지만, 잘 안내려가더라"면서도 "올해 그 두개는 꼭 하고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물론 개인 기록보다도 팀의 가을야구가 우선이다. 신인이었던 2023년 가을야구 맛을 잠시 보기는 했지만, 출장은 하지 못했다. 이로운은 "그때는 향기만 느꼈지만, 가을 야구에 가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로서 너무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가을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많다. 물론 저도 잘해야겠지만, 선배들을 믿고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꼭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