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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드라마 각본도 이렇게 쓰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비난받는다.
오타니가 드디어 슈와버와의 격차를 지웠다. 오타니는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6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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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오타니는 전날 샌프란시스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시즌 홈런 갯수를 53개로 늘렸다. 동시에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홈런을 치지 못한 슈와버와 NL 홈런부문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올해 투타 겸업을 재개하면서 시즌 중반 잠시 주춤했던 오타니의 홈런포는 시즌 막판들어 다시 무섭게 타올랐다. 오타니는 5월 월간홈런 15개를 달성한 뒤 6~8월에는 각각 7개-9개-7개의 월간 홈런을 기록했다. 평범한 타자와 비교하면 높은 홈런 생산력이지만, 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노릴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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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슈와버가 무섭게 치고 나가며 오타니와의 격차를 벌려놨다. 8월말까지만 해도 슈와버가 무난하게 NL홈런왕을 차지하며 오타니의 2연속 NL홈런왕 등극을 저지할 것처럼 보였다. 슈와버는 7, 8월에 연달아 12개씩의 홈런을 날리며 8월말까지 4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오타니는 45개의 홈런밖에 치지 못하고 있었다.
시즌 종료를 한 달 남긴 시점에 홈런 4개 차이는 사실 꽤 좁히기 어려운 격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타니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9월 들어 무섭게 타올랐다.
오타니는 21일 샌프란시스코전까지 9월에 치른 18경기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을 날렸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2경기 연속 홈런을 2번 기록하며 4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반면, 슈와버는 9월에 치른 18경기에서 홈런을 겨우 4개 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8월 29일 애틀랜타전에서 '한 경기 4홈런'의 괴력을 뿜어낸 이후 10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한 슈와버는 10일 뉴욕 메츠전에 50호 홈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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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때부터 오타니의 괴력이 펼쳐졌다. 이후 슈와버가 4경기에서 홈런 침묵을 지키는 사이 오타니는 5경기에서 4홈런을 추가하며 순식간에 격차를 지워버렸다. 이제 오타니는 1개의 홈런만 더 치면 지난해 기록한 54홈런과 타이를 달성한다. 이미 50홈런을 넘기면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달성한 역대 6번째 선수로 등극했다.
결과적으로 오타니와 슈와버의 승부는 이제부터 새로 시작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정규시즌 7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맞대결은 없다.
다저스는 22일 LA 홈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애리조나-시애틀을 상대로 원정 6연전을 치른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22일 애리조나와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마이애미-미네소타를 상대로 홈 6연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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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속단할 수 없다. 최근의 몰아치기 페이스는 오타니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게다가 오타니는 지난해 이미 NL 홈런왕을 차지한 경험도 갖고 있다. 슈와버는 2022년 46개의 홈런으로 NL홈런왕에 오른 바 있다. 두 명의 홈런 괴물이 펼치는 마지막 7경기 승부에서 과연 누가 '홈런 킹'을 차지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