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네가 주전이니 큰 침대를 써라."
그 사이 2위 한화 이글스가 힘을 냈다. 1일 SSG 랜더스전, 3일 KT 위즈전을 이기면 LG와 1위 타이브레이크를 치를 수 있었다.
첫 관문 SSG전을 이기는 듯 했다. 9회 2사 상황까지 5-2로 앞섰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김서현이 있었으니, 누구라도 한화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
엄청난 승리를 이끈 후 2일 광주에 내려온 이숭용 감독. 이 감독은 염경엽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연락 안 주시던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염 감독이 공개적으로 SSG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자, 이 감독은 염 감독과의 현역 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
두 사람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염 감독이 3년 선배. 선수 시절은 두 사람이 조금 달랐다. 염 감독은 내야 수비와 주루 등 주로 백업 역할이었다. 파워 넘치는 타격이 일품이었던 이 감독은 주전으로 오래 뛰었다.
이 감독은 "염 감독님과 룸메이트를 오래 했다. 원정에 가면 숙소 생활을 같이 하는데, 한 호텔에 침대 크기가 달랐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보통 호텔들이 패밀리 트윈이라고 표기를 하는데, 넓은 더블 베드와 좁은 싱글 베드가 같이 있다.
선배가 넓은 침대를 쓰는 게 당연하던 시대. 이 감독은 "어느 날 방에 들어갔는데 좁은 침대에 계시더라. 나보고 '넌 주전 선수니 큰 침대에서 편히 쉬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부터 이 분과 오래오래 같이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오래 전 스토리를 소개했다.
|
염 감독은 2023 시즌 통합 우승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사실상 LG와의 재계약이 확정됐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 길에 SSG가 엄청난 도움을 줬다.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선배의 권위를 내려놓은 그 배려가 30년 만에 큰 보답으로 돌아왔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