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마무리 투수 조병현에게는 가슴 철렁했던 블론세이브, 쑥스러운 포스트시즌 첫 승이다.
조병현은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이 3-2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다. 올 시즌 KBO리그 불펜 투수 WAR 1위. 데뷔 첫 30세이브에 1점대 평균자책점(1.60), 0점대 WHIP(0.89)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그는 '초보 마무리'답지 않은 강심장까지 가지고 있다.
컨디션 확인 차 지고있던 상황에서 등판했던 1차전도 준수하게 1이닝을 소화했지만,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그의 공은 말을 듣지 않았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2차전. 9회초 마무리로 등판한 조병현이 투구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0.11/
제구가 계속 높게 이뤄지면서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1사 후 강민호에게 묘한 코스의 우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3-3 동점이 되고 말았다. 타선이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절망에 빠질 수도 있었던 실점. 이후 조병현은 류지혁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으나 홍현빈과 이재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역전을 막았다. 벤치도 끝까지 조병현을 믿었다. 그리고 9회말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블론세이브를 범한 조병현이 쑥스러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일단 팀이 4대3으로 승리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경기 후 조병현은 "천국과 지옥을 다녀온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낮게 던지려고 했는데, 자꾸 너무 높게 들어가더라. 긴장을 했다기에는 평소와 똑같았는데, 잘 안되더라"면서 "차라리 아예 더 낮게 던지니까 괜찮았던 것 같다"고 제구 난조 상황을 돌아봤다.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PO 2차전. 9회초 SSG 마무리 조병현과 포수 조형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1/
사실 아쉬운 상황은 또 있었다. 무사 1루 위기에서 양도근의 희생번트 때, 타구를 조병현이 직접 잡았다. 1루주자 김지찬의 발이 빠르기는 하지만, 타구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조병현이 2루에 던졌다면 김지찬이 2루에서 포스 아웃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2루에 던지지 못했고, 1루를 선택했다.
조병현은 당시에 대해 "전부 2루로 던지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손에 공이 제대로 잡히지를 않았다. 그래서 2루에 던지지기 보다는 1루에서 하나 잡고 다음 타자와 승부하자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아쉽게 돌아봤다.
긴장은 안 했다고 강조했지만, 자기 자신도 모르게 평소보다 허둥대는 모습이 내용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래도 팀이 이겼고, 조병현 역시 추가 실점 위기를 잘 넘기면서 고비를 넘겼다.
조병현은 "성욱이 형 홈런으로 이겨서 너무 좋다"고 웃으면서 "확실히 느낌이 다르고, 피치컴 소리가 잘 안들리더라. 대구에서 다 이기는 게 목표고, 지더라도 1승은 무조건 챙겨와야 홈팬들 앞에서 다시 할 수 있다. 일단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남은 등판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