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초보 감독 맞아? '제2의 김광현' 2차전 선택부터 조기 강판까지...뚝심과 결단 대단하네

기사입력 2025-10-12 05:07


가을야구 초보 감독 맞아? '제2의 김광현' 2차전 선택부터 조기 강판까…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PO 2차전. 9회말 1사 SSG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한 이숭용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1/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가을 초보 감독 맞아? 결단력 어마무시하네.

SSG 랜더스가 천금의 승리를 따냈다.

SSG는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말 터진 김성욱의 극적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4대3으로 승리했다. 1차전 패배 후 균형을 맞췄다. 홈에서 2패를 하고 원정지 대구로 떠나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였을텐데,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3~4차전을 치르게 됐다.

SSG 이숭용 감독의 결단과 뚝심이 돋보인 2차전. SSG는 시리즈 시작 전부터 에이스 앤더슨의 장염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1차전에 나와야 할 선수가, 홈에서 열리는 두 경기 모두 결장하게 됐으니 감독으로서는 머리가 터질 상황이었다.

1차전이야 외국인 투수 화이트를 내보내면 됐지만, 2차전이 문제였다. 아마 대부분의 감독은 김광현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이도 들었고, 최근 성적도 떨어지는 추세지만 큰 경기는 경험이 구위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선수 자존심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신예 김건우를 예고했다. 제2의 김광현이라고 불리울만큼 구위는 좋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한 선수. 대단한 모험이었다. 1차 파격이었다.


가을야구 초보 감독 맞아? '제2의 김광현' 2차전 선택부터 조기 강판까…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2차전. SSG 선발투수로 등판한 김건우가 1회를 삼진 3개로 막은 후 내려오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0.11/
10일 열릴 예정이던 2차전이 비로 취소됐다. 하루라는 시간을 벌었다. 어떤 감독이라도 앤더슨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가능하다는 사인만 나오면 2차전에 넣고 싶었을 듯. 1차전을 진 마당에 당장 2차전도 중요하고, 또 2차전에 던져야 5차전까지 간다면 어떻게라도 한 번 더 활용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길게 봤다. 선수의 몸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 투입해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완벽하게 회복을 시켜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지게 하겠다는 계산을 했다.

이는 2차전에서 무조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제 아무리 100%의 앤더슨이 3차전에 대기한다 해도, 홈에서 2패를 당하고 원정을 떠나면 팀 분위기는 사실상 패배로 젖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을야구 초보 감독 맞아? '제2의 김광현' 2차전 선택부터 조기 강판까…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2차전. 4회초 동점을 허용한 선발 김건우가 교체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0.11/

그리고 미련따윈 없다는 듯, 김건우를 조기 강판 시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건우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압도적인 구위로 6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포스트시즌 연속 삼진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고 4회가 되자 동점을 허용했다.

보통 지도자들은 투수가 앞에서 호투를 하면, 뒤에 살짝 흔들리더라도 마운드에 더 두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감독은 눈을 질끈 감고 플랜대로 움직였다. 한 타순이 돌면 상대가 김건우에 대해 적응할 수 있다는 점,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해 처음부터 전력 투구를 하며 힘을 써버린 김건우의 경기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승부수를 던졌다. 전날 쉬었고, 다음날 이동일이니 필승조를 조금 빡빡하게 돌리면 된다는 구상으로 시소 게임을 우위로 9회까지 가져갔다.

마무리 조병현이 점수를 준 건 감독의 플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이겼으니, 모든 게 완벽한 경기로 위안을 삼으면 될 날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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