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가을 초보 감독 맞아? 결단력 어마무시하네.
SSG 이숭용 감독의 결단과 뚝심이 돋보인 2차전. SSG는 시리즈 시작 전부터 에이스 앤더슨의 장염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1차전에 나와야 할 선수가, 홈에서 열리는 두 경기 모두 결장하게 됐으니 감독으로서는 머리가 터질 상황이었다.
1차전이야 외국인 투수 화이트를 내보내면 됐지만, 2차전이 문제였다. 아마 대부분의 감독은 김광현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이도 들었고, 최근 성적도 떨어지는 추세지만 큰 경기는 경험이 구위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선수 자존심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신예 김건우를 예고했다. 제2의 김광현이라고 불리울만큼 구위는 좋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한 선수. 대단한 모험이었다. 1차 파격이었다.
|
하지만 이 감독은 길게 봤다. 선수의 몸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 투입해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완벽하게 회복을 시켜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지게 하겠다는 계산을 했다.
이는 2차전에서 무조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제 아무리 100%의 앤더슨이 3차전에 대기한다 해도, 홈에서 2패를 당하고 원정을 떠나면 팀 분위기는 사실상 패배로 젖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미련따윈 없다는 듯, 김건우를 조기 강판 시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건우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압도적인 구위로 6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포스트시즌 연속 삼진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고 4회가 되자 동점을 허용했다.
보통 지도자들은 투수가 앞에서 호투를 하면, 뒤에 살짝 흔들리더라도 마운드에 더 두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감독은 눈을 질끈 감고 플랜대로 움직였다. 한 타순이 돌면 상대가 김건우에 대해 적응할 수 있다는 점,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해 처음부터 전력 투구를 하며 힘을 써버린 김건우의 경기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승부수를 던졌다. 전날 쉬었고, 다음날 이동일이니 필승조를 조금 빡빡하게 돌리면 된다는 구상으로 시소 게임을 우위로 9회까지 가져갔다.
마무리 조병현이 점수를 준 건 감독의 플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이겼으니, 모든 게 완벽한 경기로 위안을 삼으면 될 날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