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줄 선수들이 해주지 못한 여파가 너무 컸다. 그걸 모두 압축시켜놓은 게 바로 14일 열린 4차전 8회초. 상대 선발 후라도의 호투에 전혀 힘을 못 쓰던 SSG는 8회 불펜 김태훈과 이승현(우완)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찬스를 만들었다. 무사 1, 3루 상황서 박성한이 극적 동점 2루타를 때려내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박성한은 혼란한 틈을 타 3루까지 가는 센스를 발휘했다. 무사였기에, 매우 중요한 주루 플레이였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SSG 한유섬이 삼진을 당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삼성은 불펜이 약점인 팀. 반대로 SSG는 불펜이 강점인 팀. 경기 막판 이렇게 흐름을 바꿔놓았으니, 3루 주자 박성한만 홈을 밟는다면 SSG가 기사회생하며 5차전이 열릴 인천으로 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타올랐다. 마무리 조병현 카드가 살아있었고, 외국인 투수 화이트가 등판을 자원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성한은 1번. 이 말인 즉슨, 무사 3루에서 나오는 타자가 에레디아-최정-한유섬이라는 의미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 SSG에 만들어진 것.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구위가 좋다지만 고졸 신인 배찬승을 상대로 에레디아 삼진을 당하며 확 찬물이 끼얹어졌다. 최정이 사구로 출루하며 분위기를 다시 살아나는 듯 했지만, 믿었던 베테랑 한유섬까지 배찬승에 헛스윙 삼진을 당해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제 아무리 감이 좋은 고명준이라도 자신에게 온 폭탄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 스윙을 하지 못하며 이호성을 상대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8회초 SSG 안상현과 최정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여전히 동점이었지만, 사실상 여기서 경기 분위기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점만 더 완전히 상대 숨통을 끊었다면, 삼성 타자들의 기가 죽어 8회 디아즈-이재현 연속타자 홈런과 같은 호쾌한 스윙이 나오지 않았을 수 있고 투수 운용도 달라져 조병현 등 더 강한 투수가 나왔을 수 있다.
SSG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이 지독한 부진에 빠져 시리즈 내내 힘겨운 승부를 벌여야 했다. 감독 입장에서도 이 타자들의 커리어라면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데, 터지지 않는다고 빼거나 바꿀 수도 없고 정말 미칠 노릇이었을 듯. 그렇게 SSG의 가을야구가 허무하게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