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 한화 김경문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1/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안방 1승1패로 대구로 온 한화 이글스. 분위기가 살짝 무거웠다.
3차전 삼성 선발은 '한화 천적' 아리엘 후라도.
시즌 중 한화는 후라도에 약했다. 대구에서 7이닝 1득점, 대전에서 7이닝 무득점으로 2승을 모두 헌납했다. 삼성전 평균자책점이 0.64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모든 경기를 7이닝 소화했다는 점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심우준 김태연 등 우타자를 빼고, 이도윤 최인호 좌타자를 7,8번에 배치했다.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 4회초 2사 2루 한화 이도윤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1/
상대적으로 후라도가 약한 좌타자(좌 0.249, 우 0.228)들을 더 많이 배치했다. 7번 유격수 이도윤, 8번 우익수 최인호. 한화 라인업의 가장 큰 변화였다. 수비 잘하는 심우준 대신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도윤은 후라도를 상대로 5타수2안타로 공략을 잘했다. 김 감독은 "어웨이 경기고 먼저 득점을 해야 이길 수 있으니 타격 쪽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선 공격, 후 수비' 전략을 천명한 셈.
후라도 공략법에 대해 김 감독은 웃으며 "타격코치가 페넌트레이스 때 수 없이 이야기 하고 많은 지도를 하는데 정작 만나보면 공격을 못했다"면서도 "플레이오프 1,2차전이 예상과 달랐듯 예상과 다르게 우리 타자들이 잘 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 5회초 2사 3루 한화 노시환이 재역전 2점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1/
바람대로 됐다. 정규시즌 13이닝 1득점으로 꽁꽁 묶였던 한화 타선은 후라도에 주눅들지 않았다 .7이닝 동안 노시환의 투런포 등 9안타로 5득점 하며 5-4 리드를 잡았다.
사령탑의 승부카드는 0-0이던 4회초에 빛났다. 2사 2루에서 하주석의 우익선상 2루타로 선취점을 낸 한화는 이도윤이 회심의 우전적시타를 터뜨리며 2-0으로 달아났다. 작전 성공한 한화 벤치는 바로 심우준을 대주자로 교체하며 수비강화에 나섰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오늘은 많은 점수 차가 아닐거란 생각이어서 빨리 교체할 생각을 하고 시합전에 라인업을 짰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 3회말 1사 1루 류현진이 류지혁의 우익수 플라이를 잡아 1루주자 강민호까지 잡아낸 우익수 최인호의 수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1/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3차전. 투구하고 있는 한화 문동주.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1/
최인호는 수비에서 빛났다.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무사 1루에서 류지혁의 잘 맞은 타구를 잡고 1루에 레이저 송구로 리드가 길었던 1루주자 강민호를 포스아웃으로 잡아냈다.
4회말 수비 때는 선두 김성윤의 잘 맞은 펜스 직격성 타구를 라인쪽으로 전력질주해 잡아내는 호수비로 류현진을 도왔다. 한화 벤치는 5-4로 앞선 7회말 1사 2루에 우익수 최인호 대신 이원석을 투입하며 수비 자물쇠를 더 단단하게 잠갔다.
'선 공격'으로 후라도 공략에 성공한 한화는 '후 수비' 속 가을야구 최고의 카드 문동주까지 투입하는 초강수 끝에 한점 차 승리를 지키며 시리즈 2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길 수 있을 때 이겨야 한다는 가을야구 변칙과 정석을 제대로 보여준 한판 승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사령탑의 승부수가 멋지게 통하는 순간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진땀 승리 후 "3차전이 승부처가 아닌가 생각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생각했다"며 "시합 하면서 덕아웃에서 긴장이 되는 경기였다. 문동주 선수가 덕아웃에서 봤지만 너무 잘 던져서 흐뭇했다"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