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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번 가을 들어 '그곳'에는 늘 김혜성도 있었다.
그런데 팀이 치른 10경기 중 딱 1경기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DS 4차전서 연장 1-1로 맞선 11회말 1사후 토미 에드먼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김혜성은 맥스 먼시의 중전안타 때 3루까지 내달린 뒤 계속된 1사 만루서 상대 투수 오라이온 커커링이 앤디 파헤스의 땅볼을 잡았다 놓치는 실책을 범하는 사이 홈을 밟아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김혜성의 발이 다저스를 NLCS로 이끈 순간이었다.
즉 포스트시즌 들어 쓰임새와 존재감이 김혜성이 팀내 최하위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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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쓸 뿐, 타석에 세울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최고 수준의 집중력과 경험이 요구되는 WS에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고 부상을 입었던 루키 선수를 타석에 내보낼 리 없다. 그러나 WS라면 대주자든 대수비든, 단 한 순간, 한 장면을 위해 병기(兵器)를 준비해야 한다.
로버츠 감독은 오는 25일 개막하는 WS 로스터도 NLCS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일이나 쉰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충분히 힘을 비축할 수 있는 반면 경기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약간의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투수와 야수의 비율이다. NLCS에서는 26인을 투수 12명, 야수 13명, 투타겸업 1명으로 구성했다. 이 구성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다.
투수 교체를 더욱 자주해야 한다면 야수를 1명 줄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당장 김혜성이 '제외 1순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래저래 김혜성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로버츠 감독은 22일 다저스타디움서 가진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불펜 로스터는 논의 중이다. 블루제이스 타선엔 거포 우타자들이 많다. 지금까지 많이 상대해 본 유형은 아니다"며 "우리가 논의 중인 자리가 하나 있다. 논의는 계속될 것인데, 그 밖의 자리들은 이전과 똑같다"고 밝혔다.
한 자리가 투수인지 야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혜성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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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라인업, 포지션, 교체, 로테이션 순서, 불펜 운용 등 감독이 해야 할 숱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반드시 선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기분을 들여다 본다는 얘기다.
다저스 지휘붕을 잡고 올해까지 10년간 롱런하며 4번의 NL 우승과 2번의 WS 우승을 이끈 비결이다. 로버츠 감독은 역대 사령탑 승률 순위에서 단연 1위(944승576패, 0.621)다. 또한 이번 WS에서도 우승한다면 포스트시즌 통산 승리 순위에서 69승으로 조 토레(84승), 토니 라루사(71승)에 이어 3위에 오른다.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추앙받는 로버츠가 이번에도 김혜성과 함께 한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