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로버츠 "한 자리 놓고 고민중"

기사입력 2025-10-22 10:29


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
김혜성이 지난 18일(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 승리로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뒤 다저스타디움 더그아웃에서 미구엘 로하스와 어깨 동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
김혜성이 지난 10일(한국시각)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DS 4차전 승리로 NLCS 진출이 확정된 뒤 다저스타디움 라커룸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
김혜성이 지난 2일(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와의 WCS 2차전 승리로 DS 진출이 확정된 뒤 다저스타디움 라커룸에서 열린 세리머니 도중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번 가을 들어 '그곳'에는 늘 김혜성도 있었다.

그곳이란 '샴페인 축제'가 벌어진 라커룸이다. LA 다저스는 지난 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꺾고 와일드카드시리즈(WCS) 전적 2승으로 디비전시리즈(DS)에 진출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DS는 10일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4차전서 끝내 역시 홈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난 18일 또 다시 다저스타디움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을 이기고 월드시리즈(WS) 진출을 확정했다.

샴페인을 터뜨린 곳은 늘 다저스타디움이었고, 김혜성도 축하 세리머니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WCS, DS, NLCS 3연속 로스터에 포함됐다.

그런데 팀이 치른 10경기 중 딱 1경기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DS 4차전서 연장 1-1로 맞선 11회말 1사후 토미 에드먼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김혜성은 맥스 먼시의 중전안타 때 3루까지 내달린 뒤 계속된 1사 만루서 상대 투수 오라이온 커커링이 앤디 파헤스의 땅볼을 잡았다 놓치는 실책을 범하는 사이 홈을 밟아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김혜성의 발이 다저스를 NLCS로 이끈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한 번도 타석 또는 수비 포지션에 서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각 시리즈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다저스 야수 15명 가운데 한 번도 타석에 서지 못한 선수는 김혜성과 외야수 저스틴 딘, 둘 뿐이다. 그러나 딘은 WCS 1차전부터 NLCS 4차전까지 10경기 연속 대수비 또는 대주자로 출전했다. 내외야를 모두 볼 수 있는 김혜성이 대주자로 딱 한 차례 출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즉 포스트시즌 들어 쓰임새와 존재감이 김혜성이 팀내 최하위라고 보면 된다.


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
김혜성이 DS 4차전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득점을 올린 뒤 오타니 쇼헤이와 얼싸안고 있다. AP연합뉴스

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
김혜성이 지난 1일(한국시각) WCS 1차전을 앞두고 선수 소개 순서 때 사사키 로키, 알렉스 콜, 윌 스미스와 도열해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그렇다면 로버츠 감독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벌이는 WS 로스터에 김혜성을 또 집어넣을까.


분명한 건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쓸 뿐, 타석에 세울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최고 수준의 집중력과 경험이 요구되는 WS에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고 부상을 입었던 루키 선수를 타석에 내보낼 리 없다. 그러나 WS라면 대주자든 대수비든, 단 한 순간, 한 장면을 위해 병기(兵器)를 준비해야 한다.

로버츠 감독은 오는 25일 개막하는 WS 로스터도 NLCS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일이나 쉰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충분히 힘을 비축할 수 있는 반면 경기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약간의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투수와 야수의 비율이다. NLCS에서는 26인을 투수 12명, 야수 13명, 투타겸업 1명으로 구성했다. 이 구성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다.

투수 교체를 더욱 자주해야 한다면 야수를 1명 줄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당장 김혜성이 '제외 1순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래저래 김혜성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로버츠 감독은 22일 다저스타디움서 가진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불펜 로스터는 논의 중이다. 블루제이스 타선엔 거포 우타자들이 많다. 지금까지 많이 상대해 본 유형은 아니다"며 "우리가 논의 중인 자리가 하나 있다. 논의는 계속될 것인데, 그 밖의 자리들은 이전과 똑같다"고 밝혔다.

한 자리가 투수인지 야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혜성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다.


샴페인이 터진 '그곳'에 늘 있던 김혜성, 단 한 장면을 위한 '병기'.…
김헤성이 지난 21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WS 대비 팀 훈련서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버츠 감독은 DS가 한창이던 이달 초 MLB.com과 인터뷰에서 "난 뭔가를 결정할 때 선수들과 함께 한다. 난 단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선수들과 감정적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지 확인한다"며 "포스트시즌서는 많은 것을 관리해야 한다. 선수들의 감정과 마음이 어떤지 이해하고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며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감안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선발라인업, 포지션, 교체, 로테이션 순서, 불펜 운용 등 감독이 해야 할 숱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반드시 선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기분을 들여다 본다는 얘기다.

다저스 지휘붕을 잡고 올해까지 10년간 롱런하며 4번의 NL 우승과 2번의 WS 우승을 이끈 비결이다. 로버츠 감독은 역대 사령탑 승률 순위에서 단연 1위(944승576패, 0.621)다. 또한 이번 WS에서도 우승한다면 포스트시즌 통산 승리 순위에서 69승으로 조 토레(84승), 토니 라루사(71승)에 이어 3위에 오른다.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추앙받는 로버츠가 이번에도 김혜성과 함께 한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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