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좀더 높은 곳에서" 4번째 FA→200억 클럽 가입 앞둔 강민호, 시즌 종료 직후 밝힌 솔직한 진심 [SC포커스]

최종수정 2025-10-26 10:21

"내년엔 좀더 높은 곳에서" 4번째 FA→200억 클럽 가입 앞둔 강민호…
인터뷰에 임한 강민호. 김영록 기자

"내년엔 좀더 높은 곳에서" 4번째 FA→200억 클럽 가입 앞둔 강민호…
경기가 끝나니 형제마냥 다정한 선후배로 돌아갔다. 삼성 강민호-롯데 손아섭. 손아섭은 2007년 프로 데뷔 이래 19시즌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뜻밖에도 여파가 컸다. '말의 힘'을 체감한 올해다. 라이온즈파크에는 내년에도 '미노미노!'가 울려퍼질 수 있을까.

강민호는 올겨울 통산 4번째 FA가 된다. 최정, 김현수, 양의지, 김광현에 이어 통산 5번째 '200억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1985년생, 불혹의 나이에도 기량만큼은 대체불가라는 평이다. 지난해 3할 타율(0.303)에 19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61의 호성적을 내며 7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는 기록이 한풀 꺾였지만, 만약 강민호가 떠난다면 당장 삼성의 안방이 위태로워진다. 올해 정규시즌 수비 이닝은 무려 876⅔이닝으로, 최근 4년만에 최다이닝이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로 시작한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도 모두 주전 마스크를 쓰며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강민호는 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17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듬해인 2005년부터 팀의 주축 선수로 올라섰고, 2013년 겨울 롯데와 4년 7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심정수(4년 60억원)를 넘는 당대 최고액인데다, 옵션 없는 전액 보장 계약이었다.


"내년엔 좀더 높은 곳에서" 4번째 FA→200억 클럽 가입 앞둔 강민호…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2차전. 9회초 2사 1루 강민호가 2점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19/
2017년 겨울에는 충격적인 이적을 했다. 4년 80억원에 14년 몸담은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2021시즌이 끝난 뒤엔 삼성과 4년 36억원의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지난 3번의 FA에서 받은 돈만 191억원, 소위 'FA 재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강민호는 4번째 FA에 대한 속내를 여러번 밝힌 바 있다. 3월 미디어데이에선 "여전히 내 기량에 자신감이 있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라며 FA 도전을 선언했다.


이때만 해도 새 시즌에 임하는 노장의 의례적인 포부라는 시전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중 '한국의 보라스' 이예랑 대표의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FA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강민호는 "사람 일 모르는 것 아니냐"라고 답해 더욱 이같은 궁금증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 24일,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 직후 만난 강민호의 속내는 달랐다.


"내년엔 좀더 높은 곳에서" 4번째 FA→200억 클럽 가입 앞둔 강민호…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2차전. 9회초 투런홈런을 날린 삼성 강민호.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19/
그는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줬다. 최고참으로서 정말 고맙다"고 운을 뗐다. 불혹에 발휘한 투혼에 대해서는 "많이 힘들었는데, 사실 프로 선수가 힘들다는 건 핑계다. 이 나이에 주전 마스크를 쓸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가을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이호성 배찬승 등 젊은 사자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앞날이 정말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이렇게 가을 경험을 쌓고,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데뷔 19시즌만에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절친 손아섭(한화)에겐 "난 21년 걸렸는데, 나보다 2년 빠르다. 이젠 내가 응원하는 입장이 됐다. 올라간 김에 꼭 우승하길 바란다"는 덕담도 전했다.

이어 "올시즌은 여기서 끝나지만, 야구는 계속된다. 올해는 너무 아래(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한국시리즈)까지 가는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좀더 높은 곳에서 시작해서, 정말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내년엔 좀더 높은 곳에서" 4번째 FA→200억 클럽 가입 앞둔 강민호…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2차전. 삼성이 7대3으로 승리했다. 강민호와 기쁨을 나누는 박진만 감독의 모습.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19/
'내년'이란 말이 유독 귀에 들어올 수밖에. 강민호는 '내년에 여기(삼성)에 있나'라는 취재진의 반문에 "그렇다. 내년에도 여기 있다"며 씨익 웃었다.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허경민이 두산에서 KT로 이적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수차례 두산 잔류를 선언했지만, 양측이 제시한 조건의 차이가 커 결국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다만 올한해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했을 이날, 강민호가 삼성에 남고 싶다는 진심을 전한 것만은 분명하다.

강민호는 "너무 힘드니까 잠도 잘 안 오더라. 당분간은 푹 쉬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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