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이 돌아본 1년 "내 몸은 지금 전성기, 내년엔 반드시!" [인터뷰]

최종수정 2025-11-02 11:51

'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
인터뷰에 임한 롯데 윤성빈. 김영록 기자

'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삼성의 경기. 2회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투구하는 롯데 윤성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26/

'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롯데전. 10회초 김원중에 이어 등판해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윤성빈이 내려오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28/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감격스런 1년이었다. 내가 1,2승만 더 해줬어도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앞으로 잘할 일만 생각하겠다."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26)이 올 한해를 가슴 벅차게 돌아봤다.

2년전만 해도 "언제 야구를 그만둘지 모른다. 매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한다"며 차가운 겨울을 보냈던 그다.

올해는 다르다. 2년차 시즌인 2018년 이후 7년만에 1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쌓았다.

아직까지 겉보기 성적은 초라하다. 31경기 27이닝을 소화하며 1승2패, 평균자책점 7.67을 기록했다. '아픈 손가락'이라 불리던 윤성빈의 환골탈태를 지켜봤기에 놀라운 한해였다.

윤성빈은 2018년 이후 이해하기 힘든 제구 불안에 빠졌다. 롯데 구단은 꾸준히 선발투수로 기회를 주며 육성하고자 했지만, 150㎞대 중후반의 위력적인 직구를 던짐에도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멘털은 쉽게 교정되지 않았다. 2019년, 2021년, 2024년, 윤성빈은 1년에 한번 오는 1군 등판 기회마다 진땀을 뻘뻘 흘리며 1경기 1이닝 이하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 롯데 윤성빈이 역투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19/
올해도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윤성빈의 구위에 미련을 두고 다시 선발 기회를 줬다. 5월 20일 LG 트윈스전, 윤성빈은 첫 타자 박해민을 상대로 환상적인 156~157㎞ 직구로 3구 삼진을 잡으며 일순 모두를 환호케 했지만. 이내 급격히 흔들리며 1이닝 9실점, 생애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윤성빈을 살려서 쓰겠다'는 속내를 굳혔다. 2군에서 불펜 전환을 준비시키고, 1군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새롭게 부임한 김상진 투수코치의 세심한 지도도 빛을 발했다.


아직은 미완성이다. 8월 이후 23경기에 등판했지만, 실점이 많아지며 경험 부족을 노출했다. 8월부터 급격히 무너지는 팀을 윤성빈도 돕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올해까지 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면서 롯데는 2020년대 들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팀으로 남는 굴욕까지 겪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7년(준플레이오프 탈락),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1999년(준우승)이다.

내년은 달라야만 한다. 그러려면 윤성빈의 스텝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윤성빈은 해외 마무리캠프 대신 국내에 남아 차근차근 스스로를 가다듬기로 했다.


'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삼성의 경기. 5회초 2사 만루. 마운드를 내려가는 롯데 윤성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26/
윤성빈은 올해 첫 1군 등판이었던 LG전에 대해 묻자 "좋은 쪽, 나쁜 쪽 모두 나를 다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앞서 탈이 났다. 끝나고 나서 감독님께서 '이제 마음 편히 던지면 된다. 평균자책점 81.00이니까, 오늘보다 더 못 던지는 날은 없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신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158㎞를 던지고도 '160㎞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던 그다. 하지만 지난 9월 2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60㎞를 던진뒤론 내심 기뻤던 속내도 전했다.

"투수라면 누구나 160㎞에 대한 꿈을 꾸지 않았겠나. 내년을 향한 욕심이 더 커졌다. 올해 부상 없이 한시즌을 보냈고, 내년엔 선발이든 불펜이든 감독님께서 주시는 임무에 맞게 잘 던져서 가을야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윤성빈은 시즌 종료 직후 3~4일간 휴식한 뒤 추석 연휴 중간부터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짧았던 환희의 시간을 내년엔 더 늘리기 위해 일찌감치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것. 2년전 벼랑 끝에서 은퇴를 고민할 당시의 절박함도 되새겼다.

"시즌초엔 상상도 못했다. 감격스런 한해다. 주변에서 '그동안 열심히 야구만 한 보람이 있다. 이제 꽃길만 걷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8월 6일까지 3위를 지켰던 롯데가 7위로 추락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까운 시즌이기도 했다. 윤성빈은 "내가 팀 승리에 조금만 더 기여했더라면…"하고 속상해하면서도 "지난 일은 생각할 필요 없다. 앞으로 잘할 일만 생각하겠다. 나도 이제 후배들을 이끌어야할 나이다. 내가 야구를 더 잘하고, 생활이 더 똑바라야지 후배들도 따를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160km' 벽도 넘었다. 은퇴 각오했던 1m97 거인의 대반전…윤성빈…
3이닝 무실점 투구. 5회초 2사 만루. 마운드를 내려가는 롯데 윤성빈.
워낙에 훌쩍 큰 키인데다, 머리가 인터뷰용 광고보드를 넘는 모습에 키가 2m를 넘는다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윤성빈은 "컨디션 좋을 때 1m97이다. 한치의 거짓도 없다"며 웃었다.

1999년생인 윤성빈의 신체는 말 그대로 최전성기 그 자체다. 윤성빈은 "후반기 되니 직구-포크볼 2지선다로도 맞아나가더라. 둘다 구속이 빠르다보니,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구종을 하나 장착하고 싶다. 내년을 기대해달라"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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