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사상 최초 대기록' 왜 웃지 못했나…"우승했더라면, 허무함 크다"

최종수정 2025-11-03 00:11

'44년 사상 최초 대기록' 왜 웃지 못했나…"우승했더라면, 허무함 크다…
KIA 타이거즈 전상현이 개인 통산 100홀드 기념 유니폼을 입고 있다. 유니폼을 열정적으로 제작한 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다음에 또 기념 유니폼을 만들 기회가 생기면 핫핑크색이 아닌 무난한 색으로 하고 싶다고.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개인 기록이 내게 좋은 것이지만, 일단 작년처럼 우승을 하고 가을야구에 가면서 달성했더라면 더 뜻깊었을 텐데. 아쉬움과 허무함이 제일 커요."

KIA 타이거즈 전상현은 올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는 지난 6월 2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구단 44년 역사상 최초로 통산 100홀드를 달성한 투수가 됐다.

KBO 역사적으로 아주 특별한 기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상현에 앞서 18명이 먼저 100홀드 고지를 밟았기 때문. 하지만 KBO 역대 최다인 한국시리즈 12회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 타이거즈에서 최초로 100홀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전상현은 "명문 구단에서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구단에서 많이 신경 써 주시고, 기회도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올 시즌 전상현은 KIA 불펜에서 가장 고생한 투수였다. 74경기에 구원 등판해 7승, 25홀드, 1세이브, 70이닝,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했다. KIA 불펜 가운데 경기 수 1위, 이닝 1위였다.

전상현은 후반기에 필승조 정해영과 조상우가 급작스럽게 부진에 빠져 차례로 2군에 다녀올 때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중심을 잡아줬다. 비록 KIA 불펜 평균자책점은 5.22에 그쳐 최하위권인 9위에 머물렀지만, 전상현은 박수받아 마땅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전상현은 웃을 수 없었다. 어쨌든 야구는 팀이 이겨야 하는 스포츠기 때문. KIA가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하고 올해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삼았을 때 8위까지 추락하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가을야구에는 진출할 줄 알았던 기대도 후반기가 흘러가면서 점점 무너졌다.

전상현은 "아쉬움도 크고, 솔직히 허무함이 제일 크다. 모든 팀들은 가을야구를 하는 게 목표고, 우리는 작년에 우승을 했기에 올해는 아쉽게 시즌을 마치고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 아쉽기만 하더라. 개인 기록이 좋은 것은 내게는 좋은 일이지만, 작년처럼 우승을 하고 가을야구를 했더라면 더 뜻깊고 최고의 시즌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44년 사상 최초 대기록' 왜 웃지 못했나…"우승했더라면, 허무함 크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8회말 1사 1루에 등판한 전상현이 양의지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44년 사상 최초 대기록' 왜 웃지 못했나…"우승했더라면, 허무함 크다…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IA 전상현이 역투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4/

불펜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시간의 잔상이 더 남아 있다.

전상현은 "초반에 내가 부진한 기간이 조금 길었다. 게다가 팀 성적도 안 좋다 보니까 만족할 시즌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시즌 내내 부상 없이 끝까지 풀로 뛰었다는 것이 그나마 좋았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다음 시즌에도 전상현은 KIA 불펜의 핵심 전력이다. 2023년 64경기, 지난해 66경기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하면서 누적된 피로는 없을까.

전상현은 "어릴 때 부상을 많이 당하고 다쳐봤던 게 내게는 많은 경험이었고, 깨닫고 느낀 게 많았다. 이동걸 코치님과 트레이닝 파트, 그리고 감독님께서도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이닝과 경기 수를 계속 확인해 주신다. 내 몸 상태를 보고 내게 맞춰 주셔서 작년과 올해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동걸 투수코치의 조언이 특히 도움이 됐다.

전상현은 "코치님이 풀타임을 뛸 수 있게 준비하고 관리하는 법을 많이 알려 주시면서 신경도 많이 써 주셨다. 불필요한 캐치볼은 최대한 줄이면서 경기 나가기 전에 훈련하는 루틴들, 공 던지기 전에 루틴들을 알려주셨다. 그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 자연스럽게 내 루틴이 됐다. 그래서 나는 코치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 도움이 내게는 정말 컸던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때는 세이브 투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전상현은 이제 홀드에 더 매력을 느낀다.

전상현은 "홀드라는 기록도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냥 홀드를 하고 싶다는 것보다는 부상 없이 매년 꾸준하게 하면서 홀드나 세이브, 승수를 쌓으면 팀과 내게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야구를 그만할 때까지는 그냥 최대한 많이 기록을 쌓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다음 시즌에는 불펜이 약점으로 꼽히지 않도록 겨우내 더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려 한다. 지금은 광주에서 회복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상현은 "기록으로 보다시피 작년과 비교했을 때 불펜 쪽에서 기록이 많이 안 좋았다. 나 포함해서 불펜이 다들 작년보다 안 좋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잘 준비해서 우리 투수들이 조금 힘을 내서 다 같이 뭉쳐서 지키는 야구를 하면, 자연스럽게 팀도 승수를 더 많이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44년 사상 최초 대기록' 왜 웃지 못했나…"우승했더라면, 허무함 크다…
1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8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KIA 전상현.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0/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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