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은퇴 선언 '국민 거포', 혼이 서린 고척돔으로 돌아온다고? 선수, 코치 다 안 되는데 어떻게?

최종수정 2025-11-04 00:12

전격 은퇴 선언 '국민 거포', 혼이 서린 고척돔으로 돌아온다고? 선수,…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선수도, 코치도 아닌데 박병호가 키움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KBO리그 홈런 역사에 한 획을 거은 레전드 '국민 거포' 박병호가 3일 은퇴를 선언했다.

박병호는 2004년 성남고 시절 동대문구장에서 전대미문 고교생 4연타석 홈런을 치며 프로에 입단하기 전부터 스타덤에 올랐다. 당연히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차지명을 받았고, LG의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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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G에서의 야구는 쉽지 않았다. 너무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것도 힘들었고, 인기 구단 LG에서 이것저것 눈치를 보며 야구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박병호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이 있었으니, 바로 2011년 키움 히어로즈 전신인 넥센 이적. 당시 넥센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뒤 사실상 재창단을 거치며 팬들의 관심이 떨어졌었고, 프로야구를 하기에는 좁디 좁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썼다. 이게 박병호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트레이드 이듬해인 2012년 31홈런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37-52-53홈런을 몰아쳤다. 야구에 완전히 눈을 떴고, 자신감도 넘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의 능력을 알아보고 영입해, 빅리그에서도 홈런을 뻥뻥 쳤다. 2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넥센으로 돌아와서도 박병호는 2018 시즌 43홈런을 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목동구장 이득도 없었다. 박병호가 돌아오니 홈구장은 고척스카이돔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척돔은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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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병호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2022 시즌부터 홈런수가 20개 초반대로 뚝 떨어졌고, 더 큰 문제는 전성기 3할 중반대이던 타율이 2할 초반대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이에 넥센에서 키움으로 바뀐 히어로즈는 FA 자격을 얻은 박병호와의 이별을 선택했고, 박병호는 2022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로 전격 이적해 35홈런을 치며 홈런 타이틀을 차지하고 부활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며 부활을 노렸지만, 점점 파괴력이 줄어들었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다.


FA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었기에, 현역 생활 연장에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박병호는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인생을 설계하기로 했다. 역대 최다 6번의 홈런왕, 그리고 역대 최초 2년 연속 50홈런을 치는 등 역사에 남을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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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야구 예능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역 생활을 하는 동안 지도자에 대한 뜻을 늘 내비쳤었다. 또 은퇴 발표 후 "또 다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겠다. 후배들을 가르치며,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했다.

그렇게 연결되는 곳이 친정팀 키움이다. 아구계에서는 박병호가 키움과 다시 손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병호도 키움에 대한 애정이 컸고, 키움도 여전히 박병호라는 존재를 잊지 않고 있다. 박병호와 히어로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목동과 고척돔은 박병호의 혼이 서린 무대다.

그런데 은퇴를 했으니 당연히 선수는 아니다. 코치로 간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게 키움은 박병호의 은퇴 사실이 알려지는 날, 2026 시즌 코칭스태프 조각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병호의 이름은 없었다. 만약 박병호와 코치 역할로 조율 과정에 있었다면, 이 발표를 미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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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을 해본다면 최근 다른 구단에도 흔하게 있는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 단장 보좌역 등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키움이 새로운 역할이나 직함을 만들 수도 있다. 유니폼을 입는 건 아니지만, 늘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키움 구단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병호와의 재회 가능성 자체에 대해 아예 부정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박병호는 유니폼은 벗었지만, 정들었던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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