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 4년 연속 → 홈런왕만 6번'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못들고 떠났다

기사입력 2025-11-04 08:08


'역사상 최초 4년 연속 → 홈런왕만 6번'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 7회말 대타 박병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1/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 역대 최초 4년 연속 홈런왕. 역대 최다 통산 6번의 최다 홈런 타이틀. '영원한 홈런왕' 박병호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들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3일 투수 임창민과 더불어 내야수 박병호의 현역 은퇴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어느정도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박병호는 이번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FA 계약 기간을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 2기 체제를 꾸리는 삼성 구단은 다음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와 결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고, 선수 역시 자신의 거취를 두고 일찍부터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박병호가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 구단에서 은퇴 소식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역사상 최초 4년 연속 → 홈런왕만 6번'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
2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5회말 1사 3루 삼성 디아즈가 적시타를 날리며 단일 시즌 최다 타점(147타점) 신기록을 달성했다. 수비 교대 때 박병호와 디아즈가 포옹을 나누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25/
박병호는 "프로야구 2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간 지도해주신 모든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드리고, 함께 할 수 있었던 동료들과도 너무 행복했다. 여러 팀을 옮겨 다녔지만, 늘 사랑을 보내주신 많은 팬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감사했다"고 구단을 통해 은퇴 소감을 밝혔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홈런왕이었다. 성남고 재학 시절부터 '괴물 고교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2005년 LG 트윈스의 지역 연고 1차 지명을 받았다. '역대급' 재능을 가진 1차 지명 타자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엄청났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 후에도 긴 유망주 생활이 이어졌다. 그리고 2011시즌 히어로즈에 트레이드가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역사상 최초 4년 연속 → 홈런왕만 6번'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삼성 박병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16/
트레이드 두번째 시즌인 2012시즌 31홈런을 터뜨리며 생애 첫 홈런왕 타이트를 차지해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한 박병호는 2013시즌 37홈런, 2014시즌 52개의 홈런을 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2014시즌에 이어 2015시즌에도 53홈런으로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했다.

박병호는 2012~2015시즌 KBO 역대 4년 연속 홈런왕에 이어 9년 연속 20홈런, 역대 최초 5년 연속 100타점 등 홈런, 타점과 관련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이저리그 겨험을 마치고 돌아온 후인 2019시즌에도 개인 다섯번? 홈런왕을 차지했다. 2021시즌을 끝으로 히어로즈와의 계약이 끝난 후, 강한 1루수를 원했던 KT 위즈가 FA 계약을 체결하며 박병호를 영입했다. 그리고 2022시즌 35개의 홈런으로 개인 6번째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2024시즌 도중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선수 인생 후반부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올 시즌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77경기 출장에 그쳤고, 통산 타율 2할7푼2리-1554안타-418홈런-1244타점의 성적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역사상 최초 4년 연속 → 홈런왕만 6번'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 7회말 삼성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25/
이승엽, 최정 등 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들과는 또 다른 유형의 완전한 슬러거형 타자라는 특징이 있었던 영원한 홈런왕.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우승의 한은 풀지 못했다.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박병호다. LG에서 뛸 때는 주전이 아니었을 뿐더러 LG가 긴 암흑기 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히어로즈에서는 본인도 팀도 전성기를 맞았지만 한 끗 차이로 놓쳤다. 2014년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등 주축 선수들이 물이 올랐던 시즌에 당시 염경엽 감독이 이끌었던 히어로즈는 정규 시즌을 아쉽게 2위로 마친 후 플레이오프를 이겨 한국시리즈까지는 올라갔지만, 삼성에 1승4패로 완패를 당했다.


'역사상 최초 4년 연속 → 홈런왕만 6번' 끝내 우승 트로피는 한번도 …
키움 시절 박병호. 스포츠조선DB
2019년에도 히어로즈가 다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당시 막강했던 두산에 4연패로 무너졌고, 2023년에는 KT 소속으로 오른 세번째 한국시리즈에서 또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 삼성에서 다시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그는 KIA 타이거즈에 패하며 네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또 현역 마지막 시즌이 된 올해는 삼성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으나, 한국시리즈까지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좌절됐다. 박병호의 가을야구도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가 마지막이었다. 늘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무관'으로 그친 커리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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