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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괜히 1차지명이 아니더라."
이유는 있었다. 주효상은 팔꿈치 부상이 꽤 심했던 시기가 있었다. 2루 송구가 어려울 정도였고, 팔꿈치 부상 회복 이후에도 정상 궤도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최근 3년이 아쉽게 흘러간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은 아니다. 주효상은 팔꿈치를 잘 회복하고, 올해 2군에서 48경기를 뛰면서 기량을 되찾는 데 집중했다. 2루 도루 저지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투수 리드도 안정적으로 해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2군 성적은 타율 0.270(122타수 33안타), 5홈런, 23타점이었다.
올해까지는 한준수가 한참 앞서 있었다. 한준수는 2018년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유망주 출신이다. 1999년생으로 1997년생인 주효상보다 나이는 2살 어리지만, 2024년과 올해 1군에서 2년 연속 100경기 이상 뛰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한준수의 확실한 장점은 타격이다. 지난해 타율 0.307(287타수 88안타), 7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다만 타격이 안 풀리면 수비도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 타율 0.225(244타수 55안타)에 그치자 그라운드에서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이고, 투수 리드까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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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내가 (한)준수랑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김)태군이는 나이가 있는 고참인데도 자리를 안 내놓기 위해서 저렇게 준비를 하는데, 너는 항상 '이 정도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태군이도 안 뺏기기 위해서 더 조정하고 노력하는데, 준수는 너무 잘 치려고만 한다. 포수는 수비가 중요하다.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점수를 안 주면서 안타 하나 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훨씬 큰 가치가 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한준수 역시 이 감독의 애정 어린 지적에 공감한다. 올해는 자신의 방향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뀌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감독은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한 마무리캠프에 주효상을 포함시켰다. 다음 시즌 1군에서 뛸 준비가 됐는지 감독이 보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이 감독은 원래 한준수를 이번 마무리캠프에는 제외하려고 했다. 시즌 막바지 무릎 상태가 좋지 않기도 했고, 결혼도 앞두고 있어 잠깐 쉬어 가는 시간을 주려고 했다.
한준수는 휴식 제안을 거절하고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감독은 선수의 요청에 "무릎에 아무 이상이 없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는데, 병원 검진 결과 괜찮다는 소견을 들었다. 주효상과 경쟁이 신경 쓰이기에 한준수도 쉴 수 없는 것이다.
2024년과 올해 KIA 안방은 김태군과 한준수 2인 체제로 거의 운영됐다. 주효상이 이 감독의 기대대로 마무리캠프부터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KIA 안방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주효상이 작은 균열만 생기게 해도 이 감독의 의도는 대성공이다.
주효상은 내년이면 트레이드 이적 4년차가 된다. 앞선 부정적인 평가는 뒤로 하고 왜 상위 지명 유망주였는지 다시 1군 무대에서 증명할 수 있을까. 실패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이번 오키나와 캠프부터 하나씩 증명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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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