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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앉아서 던졌어요. 앉아서 던지다가 조금 괜찮다 싶으면 무릎 꿇고 던지고. 지금도 무릎에서 뼈 소리가 나거든요."
하지만 무릎이 말썽이었다. 지난해 시범경기 때 무릎이 좋지 않아 일단 재활을 했는데, 조금 괜찮다 싶어서 투구할 준비를 하면 또 무릎 상태가 나빠져 수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재활해 다시 마운드에 서기까지 1년 넘게 시간이 걸렸다.
장민기는 육성선수로 전환돼 올해 2군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15경기, 31⅔이닝, 평균자책점 7.39. 1군을 꿈꾸기 어려운 성적이었지만, 일단 무릎이 한 시즌을 버틴 것만으로 성공적이었다.
장민기는 6일 처음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이범호 감독과 손승락 수석코치, 이동걸 투수코치 등 코치진이 전부 지켜보는 가운데 힘껏 공을 던졌다. 여전히 제구가 흔들리는 게 아쉬운 포인트였다.
장민기는 "첫 피칭이니까. 한 개도 살살 던지지 말고 세게 던져보자고 했다. 그것은 잘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제구는 스트라이크가 21개밖에 안 들어갔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거라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불펜 피칭을 마친 장민기는 타카하시 코치와 한참 대화를 나눴다. 타카하시 코치는 본인이 선수와 코치로 몸담았던 일본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카프 좌완 투수의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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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기는 "타카하시 코치님께서 발 축다리, 발의 중심을 어디에 싣고 던지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던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다. 일본 좌완 투수 영상을 보여주면서 투구폼이 비슷하니 네가 뺏어올 수 있는 게 있거나 좋아 보이는 게 있으면 따라해보면서 맞춰 가자고 하셨다. 타자랑 상대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했다.
장민기는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을 받은 1년 동안에도 공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앉아서 공을 던졌을 정도. 방 한쪽에는 좋은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 여러 개를 붙여놓고 매일 읽으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장민기는 "무릎은 아직도 욱신거리는 게 있다. 많이 뛰면 조금 붓기도 한다. 무릎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다 있는 증상이고, 몇 년은 지나야 된다고 하더라. 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무릎 수술한 사람은 많으니까. 그 이유로 운동을 빼고 싶진 않아서 최대한 보강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전역하고) 의욕 때문에 무릎이 이렇게 된 건가 싶기도 한데,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나는 또 똑같이 해서 다칠 것 같다. 다치면 안 되고, 다치지 않으려고 더 조심은 하겠지만 똑같이 의욕적으로 하려 했을 것이다. (1년 동안은 답답해서) 앉아서 공을 던지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무릎을 꿇고 던지고 그랬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무너지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다짐했다"고 되돌아봤다.
내년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해 1군에서 기회를 얻는 게 목표다. 좌완 윤영철, 곽도규가 올해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자리는 충분히 생겼다. 기회를 잡는 것은 장민기를 비롯한 선수들의 몫이다.
장민기는 "감독님께서 캠프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안 처지고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스프링캠프까지 데리고 간다고 하셨다. 일단 완주를 목표로 두고 있는 게 아니라 스프링캠프를 갈 수 있도록 눈에 띄는 게 내 첫 번째 목표다. 2군에 오래 있으면서 묵묵히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을 정말 많이 봤다. 내가 이 정도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일단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는 게 첫 번째고, 가능한 1군에 붙어 있으면서 팀이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주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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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