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승리 뒤, 논란의 122구 투혼...1순위 특급 신인, 눈물의 루키 시즌 "그 때로 돌아가도, 전 던질 겁니다" [원주 현장]

기사입력 2025-11-17 05:07


데뷔전 승리 뒤, 논란의 122구 투혼...1순위 특급 신인, 눈물의 루…
사진=김용 기자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그 때로 돌아가도, 던질 겁니다."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정현우에게는 모든 게 장밋빛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전체 1순위'라던 정우주(한화)를 제치고 키움 히어로즈에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기대가 컸다. 이미 고교 시절 153km를 던지고, 변화구 구사 능력과 경기 운영까지 받쳐주는 '완성형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에 지명받은 것도 행운일 수 있었다. 선수층이 부족한 탓에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리 능력 좋은 선수들이라도 개막부터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매우 유리할 수 있었다. 잘 하기 전, 기회를 받아야 했다.

프로 데뷔전. 4선발로 KIA 타이거즈를 만났다. 첫 승. 하지만 힘겨웠다. 5이닝을 겨우 채웠다. 문제는 122개의 공을 던졌다. 키움은 대형 신인의 데뷔승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리를 시켰다.

이후 2경기를 더 던졌다. 3경기 2승.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어깨가 아팠다. 6월까지 약 2달을 쉬었다. 돌아왔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15경기에서 겨우 1승을 더 쌓았다. 3승7패 평균자책점 5.86.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일단 구속이 140km 초반대 그쳤다. 또 4, 5회만 되면 급격하게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키움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강원도 원주 태장체육단지. 구슬땀을 흘린 정현우를 만났다. 함께 데뷔 시즌을 돌아봤다.


데뷔전 승리 뒤, 논란의 122구 투혼...1순위 특급 신인, 눈물의 루…
스포츠조선DB
정현우는 "아쉽다. 하지만 신인 시즌부터 한 시즌을 1군에서 뛸 수 있었다는 자체에 너무 감사하다. 선배들을 보며 배운 것도 많고, 스스로 느낀 점도 많다. 보완해야 할 점을 중심으로 마무리 캠프부터 수정 보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뭘 보완해야 할까. 정현우는 "기초 체력이다. 10월부터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 잘 던지다 흔들린 것도 결국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체력이 떨어지니 밸런스가 흔들리고, 제구가 안 됐다. 기술적인 제구 문제는 아니었다. 힘이 떨어진 게 문제였다. 그래서 체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데뷔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영광의 데뷔전 승리와 122구 투구를 맞바꿨다. 이게 어깨 부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정현우는 "데뷔전 때문에 다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경기에서 빠져도 할 말이 없는데 기회를 주신 것이 감사했다. 그 경기를 던지고 몸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그 때로 돌아가 선택권이 있다면 5회에 올라 122구까지 던질 것이냐고 묻자 "무조건 던졌을 거다. 대신 5회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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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상황에 대해서는 "3번째 경기인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경기 후 검진을 받았는데, 문제가 발견됐다. 하지만 KIA전 122구 때문에 생긴 부상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인왕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정현우는 아니다. 그는 "신인왕 욕심은 없었다. 또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 앞으로 잘하면 받을 수 있는 상은 많다.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내 스스로에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데뷔전 승리 뒤, 논란의 122구 투혼...1순위 특급 신인, 눈물의 루…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정현우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4/
마지막 가장 궁금한 구속. 너무 안 나왔다. 정현우는 "프로가 처음이다보니 몸을 끌어올리는 게 너무 늦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준비가 안일했던 것 같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너무나 달랐다"고 말하며 "이제 방법을 알겠다. 내년에는 150km 넘는 공을 던지게 하겠다. 자신있다. 중요한 건 스피드를 올리고, 그걸 얼마나 유지하느냐다. 결국 체력이다"고 밝혔다.

정현우는 "내년에는 안 다치고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게 목표다. 또 퀄리티스타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가 너무 어렵다고 느꼈다. 최대한 많이 기록하고 싶다. 또 규정 이닝을 꼭 채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원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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