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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돈은 돈대로 쓰고, 줄 서서 선수 배급 받는 느낌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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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출신 FA 이영하는 2019 시즌 17승을 따내며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하나 했다. 하지만 2020 시즌부터 추락을 거듭하더니 올해까지 6시즌 동안 눈에 띈 활약을 한 적은 없다. 승수로는 최고가 6승, 경기수와 홀드로는 올해 73경기 14홀드가 최다다. 예비 FA 시즌 투혼을 발휘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4승4패14홀드 평균자책점 4.05로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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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에이전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더니, 현재는 '독과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러니 시장을 원하는대로 주무를 힘이 생겼다. 각 구단의 FA 참전 의지, 투자할 수 있는 돈의 규모, 우선 순위 포지션 등을 다 알고 있다. 가장 큰 선수부터 계약을 진행해 전체 판을 키우고, 그 선수 영입전에서 패배한 팀들의 '패닉 바이'를 노려 다음 선수를 그 팀에 비싼 값으로 파는 식이다. 만약 박찬호를 놓친 KT가 김현수를 시장가 이상에 데려간다면 그 작전이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돈이 아닌, 모그룹에서 예산을 지원 받는 KBO리그 구단은 그 받은 돈을 다 써야 한다거나 구단주가 '이 선수 잡아'라고 하면 목숨 걸고 잡아야 하는 생리를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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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게 2022년 포수 양의지, 유강남, 박세혁을 연쇄 이동 시키며 무려 278억을 구단들이 세 사람에게 쓰게 했다. 2024년 양석환(두산), 올해 엄상백(한화) 장현식(LG) 등 지나친 '오버페이'로 평가받는 계약의 중심에 다 리코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고, 깔리는 판돈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원태인(삼성)안현민(KT) 김주원(NC) 등 '돈이 될 만한'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구자욱(삼성) 곽빈(두산) 등도 있다. 당장 리그 최고 선발로 평가받는 원태인은 내년 FA다. 해외 진출을 잘 돕는다는 명분이 있겠지만, 이를 앞두고 리코행을 선택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에이전트가 일 잘해서 돈 많이 받아주니, 선수들이 그곳으로 몰리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건강한 경쟁이 아닌, 독과점 속 구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몸값을 올리는 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미 야구계에는 "이러다 다 죽는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