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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왜 또 올라왔어요 선배."
올해 최형우는 이 감독에게 가장 고마운 존재였다.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패트릭 위즈덤까지 주축 타자들이 줄줄이 부상일 때 최형우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KIA는 더 일찍 무너질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최형우와 결별이 확정되자 "(최)형우가 이렇게 돼서 죄송하다더라. 감독님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또 팀에 변화가 생겨도 잘 헤쳐나가실 거니까 걱정 안 한다고도 하더라. 나도 KIA에서 15~16년 정도 한 팀에 있었는데, 너도 9년이라는 시간을 한 팀에서 오래 있었으니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고, 가서 좋은 팀에서 또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맞지 않나. 최형우라는 선수가 9년 동안 최고의 성적을 올려주면서 우리가 우승을 2번(2017, 2024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선수니까. 고맙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 감독은 지난 6일 한 시상식에서도 최형우가 이적하고 처음 상을 받자 꽃다발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 감독은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이날 또 꽃다발을 최형우의 품에 안겨줬다.
최형우는 이 감독과 단상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자 "'왜 또 올라왔어요 선배, 그때 마지막이라고 했는데'라고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최형우는 이날 이 감독뿐만 아니라 지난 9년 동안 함께했던 KIA 선수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비록 골든글러브는 삼성 소속으로 받았지만, KIA 최형우로 동료들에게 한마디를 남길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동료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다 울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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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최형우는 "원래 (KIA 동료들의 이름을) 다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울컥하는 순간 이름의 반은 까먹어서 이야기를 못했다. 나중에 어떤 기회가 있으면 이름을 한 명씩 다 이야기해 주고 싶다. 후배들이랑 9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형우는 유효표 316표 가운데 309표를 독식, 득표율 97.8%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 강백호와 지명타자 부문 후보는 단 2명뿐이었는데, 강백호가 7표나 얻은 게 더 의아할 정도로 성적 차이가 비교 불가 수준이었다. 어쨌든 최형우는 올해 최다 득표의 영광을 안았다.
최형우는 지난해 나이 40세 11개월 27일에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은 최형우는 나이 41세 11개월 23일로 역대 최고령 수상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최형우는 "(최다 득표를) 크게 부각시켜주지 그랬나. 최다 득표인 줄 몰랐다. 경쟁 상대가 없긴 했지만, 나이가 많다. 많은데, 내 이름이 나오면 나이가 먼저 나오고 그에 따른 여러 말들이 나오기 때문에 나는 항상 나이랑 싸운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는 잘 이겨내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이것은 변함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는 진짜 삼성 최형우로 새롭게 출발한다.
최형우는 "(삼성) 선수들을 만나기 전이라 실감이 잘 안 난다. 삼성은 타격이 정말 좋은 팀이기 때문에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삼성 팬들께 내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나이를 많이 먹고 왔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후배들을 잘 다독여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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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