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토트넘에서의 10년 커리어를 마감하고 미국프로축구(MLS) 무대로 진출한 손흥민은 휴식기를 맞아 1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을 다시 찾았다.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의 2025~202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홈 경기 일정에 맞춰 홈팬과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말끔한 코트 차림으로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을 방문한 손흥민은 먼저 경기장 앞 하이로드 일대에 새겨진 손흥민 기념 벽화와 마주했다. 손흥민의 전매특허 찰칵 세리머니와 역사적인 유럽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샷이 새겨진 벽화 앞에서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인 손흥민은 "특별한 기분이다. 이 유산이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스퍼스와 함께하길 바란다"라고 감격 소감을 남겼다. 벽화 우측 하단에 직접 사인까지 남겼다. 토트넘 역사상 경기장 근처에 벽화로 '박제'된 레전드는 레들리 킹,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손흥민 등 세 명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에서도 손흥민만 토트넘 유스 출신이 아니다. 순수 실력과 헌신으로 한 구단의 레전드 반열에 오른 것이다.
출처=토트넘 홋스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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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들어선 손흥민은 경기 입장을 준비하는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과 포옹, 인사를 나누며 재회를 즐겼다. 장기부상 중인 '절친'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도 경기장을 찾아 손흥민을 반겼다. 말은 필요없었다.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둘은 벤치 앞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선물로 받은 손흥민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마이크를 잡았다. "좋은 저녁, 저 쏘니입니다. 여러분 저 잊지 않으셨죠. 놀라운 10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항상 토트넘인으로 남고 여러분과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이곳은 언제나 나의 집일 것이고,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도 나와 함께 해주면 좋겠고, LA에 놀라오면 기쁘게 맞이하겠습니다.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컴 온 유 스퍼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해 손흥민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팬들을 바라보며 인사하는 손흥민의 눈시울은 어느 새인가 붉어진 상태였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이토록 귀한 레전드 대접을 받은 건 '차붐' 차범근 이후 손흥민이 처음이 아닐까.
출처=토트넘 홋스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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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으로 올라간 손흥민은 한 명의 관중이 되어 토트넘 옛 동료들의 플레이를 '직관'했다. 토트넘은 전반 26분 다비드 지마의 자책골로 1-0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토트넘이 승리한다면, 손흥민에겐 더욱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한편, 손흥민은 2015년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해 10년간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총 454경기에서 173골을 터뜨려 클럽 역대 최다 득점 5위에 올랐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푸스카스상, 아시아인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EPL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리그컵 준우승, 유로파리그 우승 등 큰 업적을 남겼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진 팀의 주장으로 동료들을 이끌기도 했다.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은 토트넘의 15년 무관을 끊는 타이틀이었다. 토트넘이 유럽을 제패한 건 무려 41년만이었다. 커리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손흥민이 허리에 태극기를 두르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사진은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선물했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토트넘 퇴단을 결정한 손흥민은 7월 국내에서 열린 프리시즌 친선전 기간에 작별을 고했다. 한 달 후 LA FC로 이적한 손흥민은 늘 토트넘팬에게 직접 작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고, 이날 비로소 팬들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은 손흥민이 떠나는 방식도 '레전드'였다.
사진=트위터 캡처
'토트넘 전설'이자 옛 동료인 가레스 베일(은퇴)은 이날 토트넘 구단을 통해 "안녕 쏘니, 토트넘에서 보낸 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 클럽의 마지막을 트로피(유로파리그)로 장식하는 선수는 흔치 않아. 너는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야. 오늘 밤을 즐기길 바라. 네가 받는 모든 찬사는 당연해. 나의 옛 클럽인 LA FC에서도 행운이 있기릴 바랄게. 거기서도 트로피를 들기를 응원할게"라고 헌사를 보냈다.
'지금까지 토트넘의 손흥민이었습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