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글은 타자들만의 잔치? 선수들도 변화 원한다 "이야기 많이 합니다"

기사입력 2025-12-10 00:05


골글은 타자들만의 잔치? 선수들도 변화 원한다 "이야기 많이 합니다"
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한화 폰세가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대리수상하고 있는 한화 손혁 단장.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2.09/

[잠실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공식 부문 포지션별 상을 받는 선수는 총 10명. 그중 투수는 단 1명 뿐이다.

1982년 KBO리그의 탄생과 더불어 함께 시작된 골든글러브의 역사는 오랜 시간 지금의 분류가 이어져왔다. 지명타자 부문이 1984년부터 생겼고, 그 외에는 변화가 없이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3명), 지명타자까지 나뉘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타자들에게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투수는 단 1명에게만 골든글러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의 숫자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KBO리그 10개 구단 전체 등록 인원이 매년 600명 정도인데, 그중 투수가 거의 절반인 300명에 달한다. 그런데 골든글러브는 오직 1명만 받을 수 있다


골글은 타자들만의 잔치? 선수들도 변화 원한다 "이야기 많이 합니다"
2025 KBO 시상식이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렸다. 투수 부문 세이브상을 수상한 KT 박영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24/
무엇보다 현대야구에서 투수들의 보직이 세분화되다보니 더더욱 아쉬움이 있다. 과거 김시진, 선동열, 정민태 등 전설적인 투수들이 골든글러브까지 휩쓸었던 당시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투수들은 단순히 선발, 불펜 구분 뿐만 아니라 로테이션을 도는 선발 투수,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추격조 등의 역할을 쪼개서 맡고있다. 현재 KBO 시상식도 홀드, 세이브 부문 시상을 하는 것처럼 골든글러브 역시 세분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SSG 랜더스 소속 베테랑 투수 노경은 역시 2년 연속 홀드왕, 3년 연속 30홀드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고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노경은 뿐만 아니라 '세이브왕' 박영현(KT)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투표를 하는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도 오직 1명에게만 표를 줄 수 있다보니, 이왕이면 선발 투수들에게 표가 쏠릴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단 한명을 뽑는다면, 정규 시즌 MVP이기도 한 폰세의 수상이 처음부터 너무나 유력해보였기 때문이다.


골글은 타자들만의 잔치? 선수들도 변화 원한다 "이야기 많이 합니다"
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페어플레이상 수상한 SSG 노경은.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2.09/
노경은도 이에 공감하며 "지금 선수들끼리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발, 중간, 마무리 이런 식으로 투수들도 포지션이 있지 않나. 좀 세분화해서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로 골든글러브 역사상 불펜 투수가 수상을 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가장 최근 사례가 2013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투수 손승락으로 무려 12년 전이고, 손승락 역시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정명원 이후 19년만의 마무리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이었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조차 현역 시절 단 한번도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했다. 오승환 대신 거의 매년 선발 투수들이 황금장갑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과거에야 선발, 불펜의 경계가 모호한 선수들도 있었고 보직을 오가는 사례가 워낙 많았지만 이제는 투수들의 분업화가 더욱 전문적으로 자리를 잡은만큼 변화를 검토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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