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로 유명한 신조 쓰요시 니혼햄 감독이 들고 나온 새 팀 슬로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스퀴즈 사인을 낼 때 껌 씹는 속도가 달라진다."
니홈햄 파이터스 신조 쓰요시 감독은 '상대 버릇 훔치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이런 신조 감독의 기술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고 일본 도쿄스포츠가 3일 전했다.
신조 감독은 캠프 첫날 불펜 투구에 나선 투수 기타야마 고키의 투구를 몇 분간 지켜본 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현역 드래프트를 통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니혼햄으로 이적한 투수 기쿠치 다이키에 대해서도 "약지와 중지의 폭이 좁은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조 감독은 취재진과 대화에서 오릭스 버펄로스의 기시다 마모루 감독을 가리켜 "스퀴즈 사인을 낼 때 껌 씹는 속도가 달라지더라"고 밝히기도.
'상대 버릇 훔치기'는 매일 상대와 만나는 야구에서는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여겨진다. 국내에선 일본식 은어로 '쿠세(クセ)'로 불리는 이 기술은 상대 버릇의 미세한 변화를 간파해 플레이나 작전을 예상하는 방법이다. KBO리그에선 각 팀 코치, 선수들이 이 분야에서 특출난 실력을 보이며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
신조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상대 버릇을 간파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는 게 현지의 평가. 도쿄스포츠는 '신조 감독은 현역시절엔 이런 기술을 외부에 공유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플레이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니혼햄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신조 감독은 "지금까진 (상대 버릇을 간파해도) 거의 말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관찰력을 잘 활용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조 감독 취임 후 니혼햄은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세대 교체에 성공하며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성과를 만들었다. 사진출처=MLB닷컴
신조 감독은 2006년 은퇴 후 TV예능, 개인 사업 등을 하면서 야구와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았다가 인도네시아 발리에 정착해 시간을 보내기도. 니혼햄이 그에게 2022년 지휘봉을 맡기자 주변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스프링캠프에서 기상천외한 훈련 방법을 들고 나오고 시범경기에서 소속 선수, 팬들에게 라인업을 짜게 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자 상대 팀에겐 "야구를 장난으로 한다", "저런 팀에 질 수 없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니혼햄이 2022년과 202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자 신조 감독도 결국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니혼햄은 신조 감독 체제에서 유망주들이 주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그와 재계약을 맺었다. 신조 감독은 2024년 퍼시픽리그 2위로 가을야구인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도 리그 2위를 기록하면서 팀의 포스트시즌행을 이끌었다.
올 시즌을 앞둔 신조 감독의 의지는 결연하다. 올 시즌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올해 목표는 닛폰이치(일본 제일·일본시리즈 우승 의미), (퍼시픽)리그 우승이다. 그게 1번 포인트다. 목표로 하는 건 그곳 뿐"이라며 "이제 육성을 할 때가 아니다. 베테랑들이 그라운드에 서 있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웃음기를 지우고 승부에 올인하고 있는 괴짜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