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 나이 77세, 백발의 노장 감독도 첫승의 감격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니카라과는 1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D조 베네수엘라전에서 0대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니카라과는 이번 대회를 4전 전패로 마쳤다. 지난 2023 WBC에 이어 2연속 4전 전패라는 쓰디쓴 성적표를 안고 돌아가게 됐다.
애초에 객관적 전력에서 큰 차이가 났다. 니카라과는 지난해 2월 WBC 예선을 뚫고 올라온 팀이다. 예선에선 대만과 스페인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메이저리거 슈퍼스타가 즐비한 같은조의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는 물론 네덜란드나 이스라엘과도 전력 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43승의 베테랑 에라스모 라미레즈(미네소타 트윈스) 뉴욕 메츠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타점(14개)의 주인공 마크 비엔토스(뉴욕 메츠) 유망주 이스마엘 문기아(뉴욕 양키스) 등을 총출동시켜 라인업을 꾸렸지만, 다른조의 중남미국가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파나마 등은 물론 재즈 치좀 주니어(양키스)가 합류한 영국보다도 떨어지는 '대회 최약체' 평가를 받았다. MLB닷컴이 매긴 이번 대회 파워랭킹에서는 참가국 20개팀 중 19위였다.
뉴욕 메츠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14개) 기록을 가진 마크 비엔토스. AFP연합뉴스
니카라과는 빅리그 사령탑만 26시즌, 통산 2183승을 거둔 77세 노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선임하며 WBC 첫 승을 겨냥했다. 2023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끝으로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했던 베이커 감독은 니카라과의 삼고초려에 결국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극복하기엔 너무 큰 격차였다. 니카라과는 도미니카공화국(3대12 패) 네덜란드(3대4 패) 이스라엘(0대5 패) 베네수엘라(0대4 패)에 잇따라 패하며 지난 2023 WBC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전전패의 아픔을 안고 돌아가게 됐다.
순간순간 빛나는 저력을 보여줬고, 네덜란드와는 1점차 혈투를 펼쳤다. 베네수엘라전에선 안타 수에서 7-5로 앞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3개의 실책, 그리고 무득점이란 현실에서 넘어서기 힘든 기량 차이가 드러났다.
베이커 감독은 "패장이 기쁘거나 행복할 수야 없다. 하지만 상대팀이 너무 강했다. 전체적으로 투수력이 좋은 팀들이었고,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는 타선도 막강하다. 아직 니카라과는 그들에 비할만한 선수들이 없는게 현실"이라며 씁쓸하게 돌아봤다.
무엇보다 베네수엘라에는 슈퍼스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있었다. 아쿠냐 주니어는 폭풍주루에 이어 대회 첫 홈런까지 쏘아올리며 베네수엘라의 승리를 이끌었다. 베이커 감독은 "아쿠냐는 역시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위협적인 선수다. 큰 부상을 겪고도 이렇게 멋진 활약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격찬했다. 아쿠냐는 "언제나 전력을 다하는게 내 스타일"이라고 화답했다.
더스티 베이커 니카라과 감독. 연합뉴스
D조 5개팀 중 꼴찌를 기록한 니카라과는 다음 WBC에 출전하려면 다시 세계예선을 뚫어야하는 신세다. 하지만 베이커 감독은 패배 그 자체보다 니카라과 팀 분위기를 더욱 걱정했다. 선수층이 다소 빈약할지언정, 그들 덕분에 니카라과는 나라의 이름을 걸고 세계 무대에서 슈퍼스타들이 가득한 강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베이커 감독은 "'고개 숙이지마라, 더 당당해져라. 너희들은 나라를 대표해 이 무대에 나섰다는 자부심을 가져야한다'는 얘길 해줬다. 니카라과는 앞으로가 더 중요한 팀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팀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