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불펜에 가자마자 나한테 오더니 '공 어떻게 봤냐'고 그러더라고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2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아시아쿼터 투수 스기모토 고우키가 직접 면담을 신청한 사연을 들려줬다.
스기모토는 개막에 앞서 주목을 받았던 아시아쿼터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10개 구단 관계자 및 감독, 선수들은 좌완 선발투수인 한화 이글스 왕옌청 다음으로 기대되는 선수로 스기모토를 꼽았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의 구위가 좋았다.
한 구단 단장은 "스기모토는 구위와 제구를 모두 갖춰 마무리투수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호평했고, 또 다른 구단 선수는 "구위가 정말 좋다. 공을 시원하게 던진다. 충분히 좋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시범경기까지 스기모토는 기대대로 좋은 공을 뿌렸다. 5경기에 등판해 5이닝,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한승혁-스기모토-박영현을 7~9회를 맡길 필승조로 낙점하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스기모토는 개막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8경기에서 1홀드, 6이닝, 평균자책점 10.50에 그쳤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는 2.33, 피안타율은 0.387에 이른다. 필승조를 맡기기는 매우 불안한 수치다.
스기모토는 11일 수원 두산전 5-2로 앞선 8회에 셋업맨으로 나섰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7이닝을 버틴 만큼 스기모토-박영현에게 1이닝씩 맡겨 깔끔하게 경기를 마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스기모토가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4안타 2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박영현이 2이닝을 혼자 책임져 6-4 승리를 힘겹게 지켰다.
스기모토는 바로 다음 날 통역을 데리고 이 감독을 찾아왔다. 이 감독은 KBO 레전드 투수 출신. 오죽 답답했으면 이 감독에게 "난 내 공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히 밝히며 의견을 구했다.
이 감독은 "공은 나쁘지 않았다. 직구 연속 3개 던지다 커브 삑 던지니까 그런 게 아니겠나. 나한테 자기 공을 어떻게 봤냐고 물으면서 자기는 자기 공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더라. 그래서 직구만 던지니까 맞는 것이라고 해줬다. 우리나라 타자들이 직구는 진짜 잘 친다. 결정구 하나가 따라붙어야 시속 150㎞ 직구도 사는 것이다. (박)영현이 같은 공이 아닌 이상 직구만으로는 쉽지 않아요. 영현이도 어제(11일) 슬라이더도 다 던졌고"라고 해답을 제시했다.
스기모토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는데, 지금까지는 직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다.
스기모토는 KT와 총액 12만 달러(약 1억7000만원)에 계약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23년 일본 독립리그 구단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해왔으나 일본프로야구(NPB) 경험은 없었다. 최고 구속 154㎞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갖춰 충분히 KBO리그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시아쿼터 일본 투수를 경험한 뒤 현장에서는 "NPB 2군이라도 경험한 투수와 아닌 투수의 차이가 분명히 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도 복수 구단 관계자들이 "마무리투수도 가능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분명 있다. 스기모토가 이 감독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