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롯데 자이언츠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사지(死地)'에서 벗어난 기분일지도 모른다. 시속 160㎞ 강속구를 뿌려대는 '광속구 에이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사직 마운드 대신 고척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우진을 피했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롯데가 30일 마주할 투수는 안우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비상을 꿈꾸는 배동현이다. 과연 안우진 대신 배동현을 만나는 것이 롯데에 '호재'가 될 수 있을까.
롯데 타선으로서는 안우진의 등판 일정이 5월 1일로 확정된 것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안우진은 지난 24일 삼성전에서 단 3이닝만 던지면서도 최고 구속 160㎞를 찍으며 리그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만약 안우진이 로테이션대로 30일 사직 롯데전에 출격했다면, 가뜩이나 빈공에 시달리는 롯데 타선은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키움 설종진 감독이 "수술했던 선수라 하루 더 쉬게 하겠다"며 안우진의 등판을 미룬 덕분에 롯데는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
안우진 대신 등판하는 배동현을 두고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기록을 뜯어보면 배동현은 결코 '쉬어가는 페이지'가 아니다.
그동안 안우진과 '1+1 텐덤'으로 묶여 마운드에 올랐던 배동현은 실질적으로 키움의 승리를 지켜내는 '두 번째 선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왔다. 특히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안우진이 물러난 뒤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환호하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안우진의 강속구에 적응하려던 타자들에게 배동현의 까다로운 공은 오히려 더 공략하기 힘든 '독'이 될 수 있다.
설종진 감독의 이번 로테이션 조정에는 키움의 탄탄해진 선발 뎁스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굳이 안우진을 무리시켜 사직에 보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신예 박준현이 5이닝 무실점으로 깜짝 활약을 해주고 있고, 오석주까지 제 몫을 다해주면서 키움은 6인 로테이션이라는 여유를 갖게 됐다.
에이스 알칸타라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배동현과 안우진을 분리해 각각 한 경기를 책임지게 한 것은, 롯데와 두산 시리즈를 모두 잡겠다는 키움의 계산된 승부수다. 롯데로서는 '안우진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자칫 방심으로 이어질 경우, 배동현의 기세에 눌릴 위험도 있다. 배동현은 4승으로 케일럽 보쉴리(KT), 아담 올러(KIA)와 함께 최다승 공동 1위를 지키고 있다.
"배동현이 먼저, 안우진이 다음"이라는 설종진 감독의 선택이 키움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30일 사직구장의 마운드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