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부상 악령도 에이스의 비상을 막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오웬 화이트가 한 달 반 만의 복귀전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돌아왔다.
화이트는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만 내주는 짠물 투구로 4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다. 단 85개의 공으로 KT 타선을 꽁꽁 묶으며 팀의 3연승을 견인함과 동시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화이트의 피칭에는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다. 5회까지는 단 2개의 안타만 내줬고, 주자의 2루 진루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6회말 1사 후 최원준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아 첫 위기에 몰리는 듯했으나, 후속 타자들을 연이어 뜬공으로 처리하며 스스로 이닝을 매조지었다. 7회말 1루수 땅볼 실책으로 샘 힐리어드를 내보낸 뒤 장성우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강건우에게 넘겼지만, 그의 임무는 이미 200% 완수된 상태였다.
화이트는 이날 최고 구속 153km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커브, 포크볼, 스위퍼, 커터 등 다채로운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KT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사실 화이트에게 KT는 아픈 기억이 있는 팀이다.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에서 3회초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던 중 발이 미끄러지며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쓰러졌다. 정밀 검진 결과는 '좌측 햄스트링 근육 파열'. 구단은 최소 6주 이상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발표했고, 한화 선발진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화이트는 놀라운 회복력으로 정확히 6주 만에 마운드로 돌아왔고, 자신에게 부상을 안겼던 KT를 상대로 최고의 복귀전을 치르며 악몽을 완벽하게 씻어냈다.
경기를 마친 화이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나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정말 좋은 승리였다"며 "공격적인 투구로 가급적 맞혀 잡으려고 노력했고, 수비수들의 도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복귀승 소감을 전했다.
이날 화이트는 데뷔 첫 선발 출전해 스리런포를 터뜨리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한 포수 허인서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 포수 허인서를 전적으로 믿고 던졌다. 최근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허인서의 리드가 정말 좋다고 느꼈다. 내 생각이 맞았고, 전적으로 신뢰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화이트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구단의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 그리고 동료들의 뜨거운 동료애였다. 화이트가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동안 한화 선수들은 모자에 화이트의 등번호인 '24번'을 적고 경기에 나섰다.
화이트는 "재활 과정에 어려운 점은 없었고 구단의 프로그램을 신뢰했다"면서도 "무엇보다 팀원들이 내 등번호 24번을 모자에 적고 뛰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빨리 돌아와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동료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상으로 인해 첫 승이 조금 늦어졌지만, 기다려주신 팬들과 팀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찬 각오를 밝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