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아직까지 1군 선수라는 생각이 아예 안 들어요."
KIA 타이거즈 1루수 박상준은 대기만성을 꿈꾼다. 세광고를 졸업할 당시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해 강릉영동대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지명에는 실패했지만, KIA의 연락을 받고 2022년 육성선수 계약에 성공해 어렵게 프로의 꿈을 이뤘다. 2군에서 오랜 시간 육성을 거쳐 입단 5년차가 된 올해 드디어 1군 무대를 밟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박상준을 볼 때면 지난해까지 함께했던 최형우(삼성 라이온즈)가 떠오른다. 최형우는 KBO의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22년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해 2005년 방출됐고, 그해 창단한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2007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격 7관왕에 오르면서 삼성에 재입단해 성공 신화를 썼다. KIA는 2017년 시즌에 앞서 최형우와 4년 100억원에 계약,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 감독은 "(박)상준이가 치는 스타일을 보면 (최)형우랑 비슷하다. 또 형우가 25살에 프로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상준이도 25살이다. 형우같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박상준은 "최형우 선배와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좋다. 진짜 솔직히 내게는 신적인 존재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진짜 계속 좋아했던 선수다. 아마추어 때 등번호도 계속 (최형우와 같은) 34번이었다. 완전 롤모델이다. 잘 치는 것도 닮고 싶지만, 선배의 꾸준함을 닮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최형우 선배를 닮았다는 말 만큼 좋은 말이 있을까. 나도 이제 막 한 시즌 반짝하고 그런 선수보다는 진짜 조금씩 잘하고 싶다. 못하더라도 조금씩 계속 1군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박상준은 지난달 초 생애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자기 기량을 다 펼치지 못했다. 지난 8일 다시 1군에 콜업된 뒤로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10경기에서 타율 3할8푼9리(36타수 14안타), 2홈런, 6타점으로 활약하며 2번 자리를 꿰찼다. 단기 대체 외국인타자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를 지명타자로 밀어내고 박상준이 1루수로 선발 출전하기도 한다.
박상준은 "처음 1군에 왔을 때는 진짜 그냥 바보같이 야구를 했다. 내가 준비한 플랜대로 하지 못하고 타석에서 계속 따라다녔다. 1군 투수들의 공을 처음 보는데 구위도 확실히 좋으니까. 그냥 내가 생각한 대로 하면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후회는 없는데, 내 생각대로 못 하니까 후회도 되고 짜증도 많이 났다"고 첫 1군 콜업 기간을 되돌아봤다.
2군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박상준은 "일단 스윙 자체를 조금 더 간결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또 직구에 대비를 많이 했다. 변화구는 타이밍이 좋으면 맞는다고 생각해서 변화구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고, 빠른 공 위주로 생각했다"며 재정비 후 달라진 이유를 밝혔다.
기대 이상의 성적에도 박상준은 섣불리 안심하거나 만족하지 않는다. 서른이 됐을 때 1군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면, 그때는 안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박상준은 "지금은 운으로 잘하고 있는 것 같고, 다시 페이스가 떨어질까 불안한 마음도 크다. 감독님께서 처음 기회를 주셨을 때는 감사했고, 바로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크게 부담을 안 가지려고 했다. 어차피 1군 선수는 아니니까. 부담 없이 '못하면 내려가서 준비 잘해서 또 오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1군 선수라는 생각이 지금은 아예 안 든다.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 건방도 안 떨 것 같고, 또 건방 떠는 순간 끝이다. 최대한 나를 누르려고 한다. 그래도 100경기는 넘게 나가야 덜 무섭고, 덜 불안할 것 같다. 내년도 아직인 것 같다. 한 서른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KIA 입단 전까지 계속 야구를 놓지 않고 버틴 시간이 길었기에 지금의 작은 성공에 더 들뜨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지금은 1군 선수단과 함께하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박상준은 "베테랑 선배들과 같이 야구할 수 있는 게 내게는 좋은 기회고 영광이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고, 내가 나중에 진짜 1군 선수가 되면 나처럼 나중에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한테 지금 선배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아직 목표도 없다. 1군에서 3년 정도는 뛰었을 때 목표를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지명되지 않았을 때도 내게는 오히려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야구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한 시간이었다. 솔직히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진짜 좋은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지명돼서 왔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 졸업하고 와서 애들보다는 나이가 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진짜 야구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상해질 수도 있어서 계속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 아직은 멀었지만, 언젠가는 KIA 팬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