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발굴한 '2차 드래프트 대박 신화' 배동현(28)이 또다시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4월 한 달간 KBO리그를 깜짝 놀라게 했던 에이스 후보가 불과 한 달 만에 지독한 침체의 늪에 빠지며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전격 말소됐다.
키움은 지난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배동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외야수 박찬혁을 등록했다. 1군 복귀 후 단 14일, 3경기 만에 내려진 시즌 두 번째 2군행이다.
배동현은 지난 4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⅓이닝 동안 8안타(1홈런) 3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크게 흔들리며 시즌 4패(4승)째를 당했다. 지난 달 12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3이닝 8실점)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
시즌 초반의 흐름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3라운드로 한화에서 이적한 그는 4월 한 달 동안 6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깜짝 스타로 우뚝 섰다.
안정적인 제구와 명품 체인지업을 앞세워 키움 선발진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5월 이후 급격한 기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5경기에서는 4패 평균자책점 8.87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올 시즌 전체 성적 역시 12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5.02로 치솟으며 선발진 잔혹사의 주인공이 됐다.
상대 타자들에게 완전히 분석당해 읽힌 것일까. 키움 설종진 감독이 생각하는 진짜 원인은 '구속 저하'와 그로 인해 파생된 '체력적 방전'의 악순환이었다. 설 감독은 7일 경기 전 배동현의 재말소 배경에 대해 "일단은 구속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타자를 상대할 때 힘도 좀 버거운 것 같고, 그걸로 인해서 제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투구수가 너무 많아졌다"고 정밀 진단했다.
실제로 배동현은 최근 경기에서 5이닝을 채 던지기도 전에 100구 이상을 기록하며 과부하가 걸렸다. 경기고-한일장신대를 나와 2021년 한화에 입단한 이후 군 복무(상무)를 거치는 등 1군에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것이 올 시즌이 처음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급격한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지난 달 12일 첫 번째 말소 당시에는 선발 경험이 부족한 선수를 배려한 '계획된 열흘짜리 휴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복귀 시점이 무기한 연기됐다. 설 감독은 "현시점에서 열흘을 딱 채우면 올리겠다는 말은 못 한다. 몸 상태를 봐야 한다"고 선을 그으며 "10일이 아니고 15일이라도 회복 기간을 충분히 줄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향후 재생 시나리오도 명확히 드러냈다. 설 감독은 "퓨처스팀(고양)에 가서 다시 몸을 만들고, 일단은 봄에 나왔던 구속이 정상적으로 나올 때까지 짧은 이닝부터 시작해서 다시 한번 빌드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왔다는 보고를 받기 전까지 섣불리 1군에 올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