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지막 기회 조차 없었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팀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봤다. 김하성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레이트필드에서 펼쳐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월트 와이스 감독은 호르헤 마테오를 8번 타자-유격수로 기용했고, 마테오는 이날 4타수 2안타 1삼진 1득점을 기록했다. 애틀랜타는 화이트삭스에 1대2로 졌다.
김하성은 지난달 28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4타수 무안타 이후 사실상 마테오의 백업 로테이션 롤을 맡고 있다. 보스턴전 이후 지난 1일 신시내티 레즈전(3타수 무안타 1삼진), 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4타수 1안타 1타점), 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3타수 무안타)에서 선발 출전한 게 전부다. 뛰어난 타격감과 수비 능력을 앞세워 유격수 자리를 꿰찬 마테오의 체력 안배 차원의 출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로테이션 타자의 경우 대타 내지 대주자, 대수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하지만 김하성에겐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11일 화이트삭스전에서는 1점차로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멀티 히트를 기록한 마테오를 굳이 뺄 이유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애틀랜타 벤치가 김하성의 현재 타격 컨디션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전 간격이 길어지다 보니, 감각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0.096(52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는 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선 꾸준한 타격 기회를 통한 반등이 있어야 하는데, 사흘 간격 로테이션 출전으로 해소되긴 어려운 부분이다. 애틀랜타 안팎에서 타격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 중인 수비 불안도 마찬가지다. 로테이션 기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김하성에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김하성의 마이너 강등을 고려해 볼 법한 애틀랜타다. 그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눈치다. 김하성을 마이너로 내린다고 해도 마테오 외에 마우리시오 듀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저함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올 한 해 유격수 자리를 책임져달라며 2000만달러를 투자한 선수를 마이너에서 썩히는 건 결국 '투자 실패'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국 현지 매체들은 애틀랜타가 전반기에는 김하성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로테이션 기용도 이런 부분으로 해석될 만하다. 애틀랜타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자리를 굳혀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마테오를 빼고 김하성을 쓴다는 건 선수단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결국 김하성을 벤치멘으로 두고 마테오의 휴식이 필요할 때 쓰는 로테이션이 월트 와이스 감독과 애틀랜타 프런트가 내린 결론으로 풀이된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애슬레틱스의 장기 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애틀랜타와 1년 총액 2000만달러(약 300억원) 계약을 맺은 김하성에겐 굴욕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MLB닷컴의 마크 보우먼은 '지금의 김하성이 어떤 거래에서도 중심이 되긴 어렵다'면서 '트레이드 마감 시한 전에 김하성의 2000만달러 연봉을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내야 보강이 필요한 팀에 제시하고 투수를 받는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팅뉴스도 '듀본과 마테오가 선전하는 가운데 김하성이 지금처럼 부진하다면 애틀랜타는 결국 결별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