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신기할 정도다.
누군가 주춤하거나 흔들리면, 약속이라도 한 듯 또 다른 뉴페이스가 등장해 마운드의 빈자리를 메운다. 시즌 초반 불꽃을 피운 배동현을 시작으로, 허리를 지탱한 박정훈, 그리고 최근 무결점 피칭으로 벤치를 미소 짓게 하는 박지성까지 이어지는 키움 불펜의 세대교체 서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키움 불펜의 올 시즌 첫 번째 히트 상품은 단연 배동현이었다. 그는 시즌 초반 키움 마운드의 확실한 기대주로 자리 잡았다. 4월 한 달간 6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2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29⅔이닝 동안 26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억제했다. 비록 5월 이후 체력적 한계와 맞물려 페이스가 다소 주춤하며 전반기 통산 13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 중이지만, 시즌 초반 그가 보여준 강렬한 임팩트는 아직도 생생하다.
배동현의 기세가 한풀 꺾이자, 이번에는 좌완 영건 박정훈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정훈은 올 시즌 22경기에 나서 2승 1패 9홀드,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특히 선발로 나섰던 4경기(평균자책점 7.13)를 제외하고, 자신의 본업인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의 위력은 리그 정상급이었다. 불펜으로만 나선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6(19⅓이닝 16탈삼진)이라는 짠물 피칭으로 상대 승리 공식을 완벽히 지워버렸다. 위기 상황마다 마운드에 올라 9개의 홀드를 수확하며 마당쇠 역할을 자처했다.
영원할 것 같던 박정훈의 구위도 롱레일 레이스 속에서 최근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펜 과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던 찰나, 설종진 감독이 꺼내 든 히든카드는 바로 박지성이었다. 최근 박지성이 보여주고 있는 페이스는 놀라울 정도다. 올 시즌 12경기(14⅓이닝 14탈삼진)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중인 박지성은, 특히 안방인 고척스카이돔 마운드 위에만 서면 난공불락의 투수로 변모한다.
박지성은 홈 6경기 동안 9⅓이닝을 소화하며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는 평균자책점 0.00의 완벽한 무결점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피안타는 단 4개에 불과했고 탈삼진은 7개를 솎아냈다.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시리즈 최종전에서도 박지성의 가치는 빛났다. 2대2로 팽팽하게 맞선 승부처 상황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한화의 매서운 타선을 상대로 2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3대2 역전승 및 798일 만의 한화전 스윕승을 달성하는 결승 징검다리를 놓았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악재 속에서도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낚아채는 고춧가루 부대가 될 수 있는 이유도 이들이 마운드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