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린시절에는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아들이 야구선수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마음이 통했다. 이젠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특급 유망주로 자라났다.
서울디자인고 박근서(18)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드래프트 상위 유망주로 거론되지 않던 투수다. 충암고에서 디자인고 전학 후 팔꿈치 수술(토미존)을 받아 1년간 유급과 함께 휴식을 취했기 때문.
하지만 올해초 이마트배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1m88의 늘씬한 키, 95㎏의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나오는 최고 149㎞ 직구를 뽐냈다. 박근서는 전통의 명문 경북고-북일고를 연파하고 디자인고를 16강에 진출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박근서는 6월초 열린 한화 이글스배 고교vs대학 올스타전에서 2이닝 1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MVP의 영광까지 차지했다. 청룡기 현장에서 만난 야구계 관계자들은 "올해 1라운드는 물론 상위 지명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잘 갖춰진 투구밸런스과 위력적인 볼끝에 호평이 자자했다. 올해 들어 최고 구속도 점점 오르고 있다고.
이호 디자인고 감독은 박근서에 대해 "충암고에서 전학온 뒤로 정말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라 눈여겨봤다. 작년에는 수술도 했었다보니 최대한 푹 쉬게 했는데, 올해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곤 솔직히 몰랐다"면서 "평소 인성이나 집중력을 보면 프로에 가면 더 꽃피울 투수다. 특히 구속의 경우 150㎞는 너끈히 넘길 잠재력이 있다"고 호평했다.
목동 현장에서 만난 박근서는 "사실 신인 드래프트는 머나먼 꿈처럼 느껴졌다. 수술 끝난 뒤로는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던지고 싶었는데, 감독님 코치님께서 차분하게 기다리도록 도와주신 덕분에 오늘 같은 날이 왔다"고 돌아봤다.
"지금 구속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투구 밸런스와 볼끝에 집중하고 있다. 비결이라면 캐치볼부터 하나하나 전력으로 던지는 것 아닐까.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 감독님 배려 속에 열심히 운동하고, 친구들과 함께 으?X으?X한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우리 학교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야구 시설이나 운동 환경이 정말 잘 갖춰진 팀이다."
아직까진 강력한 직구 외에 변화구의 완성도는 조금 부족하다는 평. 박근서는 "커브와 체인지업은 실전에서 던지고 있고, 컷패스트볼도 연습중이다. 프로에선 보다 다양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롤모델로는 같은 좌완투수인 배찬승(삼성 라이온즈)을 꼽았다. 그는 "신인 때부터 프로 선배님들 상대로 자신있게 직구로 승부하는 모습에 반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미소지었다.
박근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촉망받는 축구선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 꿈이 바뀐 계기가 있다. 바로 LA 에인절스 시절 최지만의 경기를 '직관'한 것. 공교롭게도 최지만이 올해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도전을 선언함에 따라, 두 선수는 드래프트 동기가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방학 때 미국으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그때 아버지가 LA 에인절스 경기를 보여주셨다. 그때 최지만 선수의 플레이를 보며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귀국 후에 야구로 바꿨다.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축구보다 야구를 더 좋아하시는데, 내가 '덥석' 넘어간 것 같다."
이날 디자인고는 청룡기에 첫 출전한 신생팀 수원야구단을 상대로 연장 10회까지 가는 고전 끝에 8대6으로 승리, 2라운드(32강)에 진출했다.
1회초 4득점할 때만 해도 무난하게 승리하는듯 했지만, 이후 맹렬한 추격에 직면하며 한때 5-6 역전을 허용했다. 7회초 6-6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연장전에 돌입한 디자인고는 10회초 승부치기에서 희생번트에 이은 김지훈의 1타점 내야 땅볼, 임우섭의 1타점 적시타로 2점을 따내며 앞섰다.
박근서는 담 증세가 있어 이날 등판할 예정이 아니었지만,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감에 따라 몸을 풀었다. 디자인고는 10회말 상대 첫 타자를 병살 처리하며 2사 3루를 만든 뒤 아껴뒀던 박근서를 등판시켰고, 박근서는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