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요즘 자꾸 실수한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달 30일 광주 SSG 랜더스전 10대3 대승을 거둔 직후, 그라운드에서 야간 특타를 직접 지휘했다. 이례적으로 번트만 대게 하는 특타였다. 승리했으니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누적된 실수들이 쌓이니 그냥 둘 수 없었다.
특타 대상자는 김규성 정현창 김민규 변우혁 박정우 박민 등 6명. 그라운드에 나설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백업들이지만, 적어도 기회를 얻었을 때는 최소 1인분은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다. 손승락 수석코치와 김주찬 타격코치까지 특타에 가세했는데, 이 감독이 직접 훈련을 리드했다.
김규성은 마음이 무거울 듯했다. 당장 그날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였기 때문. 5회말 무사 1, 2루에 대타로 출전해 희생번트를 시도했는데, 타구가 뜨는 바람에 3루수에게 잡혔다. 이때 아직 3루수가 낯선 SSG 고명준의 2루 송구 실책이 나온 덕분에 1사 2, 3루가 됐지만, 김규성의 작전 실패로 흐름이 뚝 끊어질 수 있었다. 박재현이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9-3으로 거리를 벌리면서 김규성의 마음의 짐도 덜어줬지만, 사령탑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번트 특타는 꽤 오래 진행됐고, 훈련 장비를 다 정리할 때에도 이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두고 계속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떤 이야기였을까.
이 감독은 "특타에 나온 친구들이 한 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나가는 선수들이다. 그 친구들이 대주자 대수비 대타 나갔을 때 한 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꼭 번트를 잘 대야 한다. 선발로 나가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작전에서 본인들이 해줘야 할 것은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요즘 자꾸 실수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이어 "번트를 잘 못 대서 실수가 아니라 아예 방망이 치듯이 노바운드로 가는 게 많다. 밤에는 번트를 안 대보고 낮에 훈련할 때 대보고 밤에 경기하니까 감각적으로 거리감이 있나 싶어서 경기 끝나고 시킨 것이다. 그 친구들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번트를 어떻게 대느냐에 따라 한 점차로 이기고 지고 판가름이 난다. 그런 것을 신경 쓰려한다"고 덧붙였다.
김규성은 1일 광주 SSG전에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이었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었다. KIA 타자들 대부분 낯선 SSG 신인 김민준 공략에 애를 먹을 때 김규성은 안타를 펑펑 치며 공격을 이끌었다.
김규성은 2회말 팀의 선취점을 뽑았다. 2사 만루 부담스러운 상황에 첫 타석을 맞이했는데, 중견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쳐 2-0 리드를 안겼다.
2-1로 앞선 5회말에는 추가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1사 후 김규성이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쳤고, 2사 2루에서 박재현이 좌중간 적시타를 날려 김민준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올해 KIA가 자랑하는 불펜이 가동되면서 3-1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그런데 9회 마무리투수 성영탁이 1이닝 2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연장 혈투로 이어졌다.
김규성은 4-6으로 뒤진 연장 11회말 끔찍한 역전패를 막는 적시타를 쳤다. 한준수의 2루타와 변우혁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 절호의 기회. 김규성은 SSG 김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뺏어 5-6으로 거리를 좁혔다. 이어 김호령의 투수 왼쪽 번트 안타 때 김민의 1루 송구 실책이 겹친 덕분에 3루주자 변우혁이 득점, 6-6 균형을 맞췄다. 이후 추가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다.
김규성은 전날 특타를 유발한 미안한 마음을 털고 팀의 승리를 이끌기 직전까지 갔다. 이렇게 묻힐 활약이 아니었는데, 일단 모처럼 좋은 타구를 펑펑 친 데 만족해야 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