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선발 김백산이 3회말 선두 안중열에게 절묘한 스위퍼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자 삼성 더그아웃에서는 공을 달라고 손짓했다. 1군 데뷔전 첫 삼진 기념 반짝반짝 공인구가 장승현 손을 거쳐 더그아웃 프런트 직원 테이블 한 켠에 놓였다.
2-0으로 앞선 6회말 2사 1,2루. 마운드를 내려가는 김백산을 향해 3루수 전병우가 다가와 요란한 손짓을 했다. 얼핏보면 야단치는 듯 보였던 장면. 알고보니 던지던 공을 야수에게 넘기지 말고 들고 들어가라는 손짓이었다. 역사적인 육성선수 출신 데뷔전 첫승이 유력한 기념구를 챙기라는 선배의 따뜻한 배려였다.
6-1로 앞선 9회말. 마무리 김재윤이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등판해 혼신의 힘을 다해 김백산의 승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사이 피칭을 마친 최지광이 김백산에게 홈런 자켓을 입혀주고 있었다. 그 옷을 입은 채 경기 후 인사를 나가라는 의미였다. 김백산은 디아즈 사이즈의 큰 자켓을 걸친 채 어색해 하며 선배 지시를 따랐다.
마운드에 오른 이승민은 김휘집을 뜬공 처리하고 김백산의 실점을 막았다. 야수들은 철통수비와 고비마다 점수 차를 벌렸고, 불펜진에서는 최지광 김재윤 등 형님들이 출격해 김백산의 승리를 굳게 지켜냈다.
그야말로 김백산의, 김백산에 의한, 김백산을 위한 완벽한 하루였다.
삼성 선수 모두 팀 승리는 물론 김백산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런 대우를 받기에 충분한, 첫 등판이라고 믿기지 않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에 역대급 샛별이 떴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이날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은 우완 파이어볼러 김백산(23)이 주인공.
삼성이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김백산의 눈부신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6대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창원 원정 3연전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기분 좋은 인천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이날 경기의 최대 수확은 단연 김백산이었다. 부상으로 이탈한 장찬희의 대체 선발로 깜짝 기회를 잡은 김백산은 5⅔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 4볼넷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블레인 크림까지 급히 가세한 NC 강타선을 꽁꽁 묶고 데뷔전에서 역사적 첫승을 거뒀다. 한화 박준영(5월 10일 대전 LG전)에 이어 KBO 리그 역대 두 번째로 기록된 '육성선수 출신 데뷔전 선발 승리'라는 대기록이었다.
1군 원정 구장이 처음이라 그라운드 밖에서 어색해 하던 루키의 모습은 마운드 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김백산은 최고 149km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에 슬라이더, 스위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며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높지 않았던 스트라이크(41구) 비율에 비해 투구 내용이 대단히 노련했다. 제구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활용하며 NC 타자들의 배트를 교묘하게 이끌어냈다. 초구 커브로 카운트를 잡은 뒤 강력한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 2개를 솎아내는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 감독은 "그야말로 '숨은 보석을 발견한 경기'였다"라며 이례적인 극찬으로 진심을 표현했다. "김백산 선수의 데뷔 첫 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긴장도 많이 됐을 텐데, 젊은 투수답게 두려움 없이 자신의 공을 과감하게 던지며 훌륭한 투구를 보여줬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잘해줬다. 앞으로도 팀에 필요한 상황이 오면 선발로 계속 준비시켜야 할 것 같다"며 향후 상황에 따른 선발 로테이션 합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타선과 불펜 역시 김백산의 역사적인 첫 승을 돕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삼성은 4회초 찾아온 만루 찬스에서 대타 카드로 나선 김현준이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혈을 뚫었다. 이어 7회에는 상대실책과 폭투를 틈 타 2점을 보탠 뒤 '해결사' 구자욱의 솔로포로 5-1로 달아났다. 9회초에는 류지혁의 희생플라이로 NC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마운드에서는 이승민, 최지광,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불펜진이 차례로 등판, 김백산의 소중한 승리를 끝까지 지켜내며 든든한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박 감독 역시 "불펜진도 김백산의 첫 승을 지켜주기 위해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멀리 창원까지 응원 와주신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인천(SSG전)으로 이동해서도 지금의 좋은 경기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백산'이라는 가공할 만한 새내기가 등장하면서, 삼성은 후반기 선두 추격의 강력한 플러스 카드 하나를 손에 쥐게 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