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야구 유니폼 벗는 날까지는 항상 그 마음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이 여러 우려 속에서도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며 전반기를 마쳤다. 16경기에 등판해 6승5패, 78⅓이닝,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이닝이터 능력이 최고 장점인 양현종도 세월은 피할 수 없었다. 퀄리티스타트는 1차례에 불과하다. 대신 꾸준히 5이닝을 버티는 능력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직구 구속이 평균 138㎞에 불과해 걱정을 샀는데,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최고 구속 144㎞, 평균 구속 140㎞를 찍는 스태미나를 보여줬다.
사실 양현종의 나이를 고려하면 5선발 정도의 임무만 해줘도 다행이고, 실제로 그정도 몫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 다만 이의리 김태형 황동하 등 나머지 젊은 선발투수들이 꾸준히 6이닝 이상 던질 수 없다 보니 양현종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양현종은 7월에 KIA 선발투수들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9일 롯데전 5이닝 1실점 쾌투로 5대2 승리를 이끌며 4연패를 끊었다. 아울러 KIA가 치른 7월 7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유일한 투수가 됐다. 롯데 타선이 7일과 8일 경기에서 장단 35안타를 몰아치며 21점을 뽑았던 것을 고려하면 양현종이 얼마나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양현종은 "이틀 경기 보면서 정말 롯데 타자들이 컨디션이 진짜 좋다고 생각했다. 그에 맞춰서 준비를 많이 했다. 피하기보다는 그래도 공격적으로 들어가야 인플레이 타구를 빨리빨리 만들어서 아웃카운트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컨디션이 좋아서 더 공격적으로 들어가서 많은 이닝은 아니지만, 그래도 5이닝을 무사히 잘 마친 것 같다"고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양현종을 각별히 생각한다. 등판 간격을 조금씩 조정해서라도 휴식일을 충분히 확보해 주려고 했고, 또 연패를 끊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에이스 양현종을 찾았다.
양현종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감독님께서 코치님을 통해 주문하셨다. 나도 선발 당일에는 예민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한다. 감독님께서 꼭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전반기 마지막 경기고, 우리 중간 투수들도 많이 쉬어서 일찍 교체할 수도 있다. 꼭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 많은 이닝을 맡기기보다는 그래도 한 타자 전력으로 던졌으면 한다'는 말을 전달하셨다"고 했다.
시즌에 앞서 양현종은 이닝 욕심은 내려놓되 생존을 위한 고민은 계속 해나갔다. 이동걸 KIA 투수코치에게 커브를 새로 배워 장착한 게 하나의 예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양현종은 계속 진화를 위해 노력한다.
양현종은 "많이 부족하다. 옛날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옛날에는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힘이 없다. 항상 중간 투수들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다. 올 시즌 전반기도 보면 6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없어서 항상 투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더 많이 던지고 싶고, 더 많이 던져서 중간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다. 후반기도 그렇고, 야구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항상 그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을 앞두고 KIA와 2+1년 총액 45억원에 FA 계약을 마쳤다. 통산 2735이닝을 달성한 그는 KBO 역대 2번째 3000이닝 돌파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양현종은 "자세히 보면 감독님께서 관리를 해주셨다. 비로 연기되고 취소됐을 때는 푹 쉬고 던지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전혀 없다. 그냥 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는 게 좋다. 더 재미있고, 지금 연차에도 항상 배우는 것 같다. (곽)도규가 던지는 것을 보면서도 '와 밸런스 진짜 좋다. 공을 이렇게 던져야지'라고 나도 또 배운다. 상대팀 투수를 봐도 마찬가지다. 그냥 야구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야구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우고 조금 더 잘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항상 있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