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재능이나 그림 같은 풋워크를 가졌어도, 한 번 마음에 찾아온 두려움(입스·Yips)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그의 크루들이 아마추어 유망주를 찾아간 현장에서 기술보다 더 빛났던 것은, 상처받은 어린 선수의 마음을 어루만진 '따뜻한 위로'였다.
최근 이대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157km/h를 던지는 투수가 있다는 인창고에 왔습니다' 영상에서는 구리 인창고등학교 야구부의 치열한 훈련 현장이 담겼다. 주말리그 전승 우승을 거둔 강팀답게 활기가 넘쳤지만, 내야 펑고 훈련 도중 유독 표정이 굳어가는 한 선수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흙바닥에서 진행된 내야 수비 훈련. 대부분의 선수가 경쾌한 잔발 스텝과 부드러운 핸들링을 뽐냈지만, 한 어린 선수의 송구는 계속해서 빗나갔다. 강하게 던지려는 마음에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았고, 공은 번번이 1루수 앞 땅바닥에 내리꽂히거나 옆으로 빗나갔다.
송구 실수가 반복될수록 선수의 폼은 더 딱딱해졌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어깨는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던지는 순간의 심리적 불안감, 이른바 '송구 입스(Yips)'의 전형적인 증세였다.
이를 지켜보던 이대호는 조용히 곁으로 불렀다. "이리 와봐. 벌써 표정이 굳어 있잖아. 왜 자신감이 없어? 공 던지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야?" 레전드의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한 질문에 선수는 조심스럽게 "예, 예전부터 조금 (불안함이) 있었습니다"라며 마음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송구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한 것이다.
선배의 대답은 명쾌하고 따뜻했다. 코칭 크루는 위축된 선수의 마음을 단번에 녹여내며 야구 선배로서의 묵직한 진심을 전했다. "마음의 병이야. 걱정하지 마. 형도 다 그랬어. 네가 지금 표정이 벌써 마음의 병을 쥐고 있단 말이야. 공이 빠져도 친구들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네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게 아니잖아. 노력하고 있잖아. 그러면 된 거야."
이어 "네가 표정이 밝아야 야구가 더 잘 된다. 자꾸 기가 죽어 있으면 안 돼. 마음 편하게, 부드럽게 툭 던져. 공이 빠져도 다 잡아주면 되잖아.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라며 선수의 어깨를 강하게 토닥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던 선수의 얼굴에는 그제야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날 인창고에는 최고 154㎞를 던지는 초고교급 파이어볼러 윤예성을 비롯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유망주들이 즐비했다. 주말리그 전승 우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도 빛났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흙먼지 날리는 그라운드 한구석에서 진행된 짧은 멘탈 케어에 있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