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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2차전은 31일(화요일)이다. 오후 5시에 열린다. 오후 7시였던 경기시각이 공중파 중계때문에 변경됐다. 평범한 직장인과 학생이라면 직접 관람이 쉽지 않다. 휴가를 내야 볼 수 있다.
양 감독의 말에 100% 진심이 담겼다고 하긴 어렵다. 챔프전이라는 중대한 일전이 남아있는 상황. 민감한 질문에 자칫 잘못 대답했다간 실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농구 인기는 많이 식었다. 정확히 말하면 바닥이다. 여전히 부동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때문에 공중파 뿐만 아니라 케이블 TV조차 중계를 잡기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어렵게 협상, 공중파 중계를 유치했다. 때문에 경기시각을 오후 7시에서 5시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KBL이 크게 착각하는 점이 있다.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프로야구의 홍수에도 농구 경기장을 찾는 팬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보호 대상이다. TV 중계는 그 다음의 문제다.
하지만 KBL은 항상 두 가지 사항을 혼돈해왔다. 결국 최근 몇 년간 중계때문에 경기 시각이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모습이 부지기수였다. 수용할 수 있는 범위라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말 오후시간이 1~2시간 늦춰지거나 빨라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계 때문에 주말 오전에 배치한다거나,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경기시각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KBL은 공중파 중계라는 단순한 이유로 평일 오후 5시에 챔피언결정전 시각을 정해버렸다.
결국 분노한 모비스 팬은 기습적으로 하프타임 때 플래카드 시위를 벌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더 이상 못참겠다. KBL 무능행정', '먹기 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웬말이냐', '소통없는 독재정치, 김영기는 물러나라' 등 세가지 구호가 적혔다. 4쿼터 중반 또 다시 플래카드를 펼치자, KBL 직원들은 실랑이를 벌이면서 플래카드를 뺏었다.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미 2차전 경기시각에 대해 수많은 농구팬의 공분이 있었다. 즉, 이들의 행동은 단순히 일부 과격팬의 돌출행동으로 볼 수 없다. 대부분 농구팬의 감정을 표출한 퍼포먼스로 보는 게 맞다. 실제 챔프 2차전 관중수에 대해 3000명 이상도 오지 못할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들려온다. 전자랜드와 LG의 투혼이 만들어낸 플레이오프의 열기가 KBL의 무능한 행정 때문에 물거품이 되려고 하고 있다.
KBL은 올 시즌 뜬금없는 U1 파울의 등장, 올 시즌에만 세 차례나 바뀐 판정기준, 현장에서조차 외면하는 2인 용병제의 강행 등으로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과 곁가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흐트러져 있다. 판단능력을 상실한 듯한 행정이다. 농구발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뒤틀려 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플래카드에도 지적했듯이 소통의 부재다. 상식 밖의 챔프 2차전 경기시각 변경은 이런 소통 부재의 연장선상이다. 그런데 농구인들은 자정 능력이 없어 보인다. 강력한 쓴소리를 하는 사람, 행동으로 나서는 견제세력이 거의 없다. 핵심가치를 별 생각없이 버리는 그들의 무능력은 더 이상 참기 힘든 수준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