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불법 도박 수사 발표, 궁금증은?

기사입력 2015-09-08 12:24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박민순 사이버수사팀장이 8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강당에서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혐의 수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의정부=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9.08/

"시원하게 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선수 실명이 공개되고,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부분은 없어 농구계 관계자들 뿐 아니라 전국민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8일 경기도 의정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사에서 진행된 경찰의 프로농구 선수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 관련 수사 결과 발표에 관심이 모아졌다.

실명 거론됐던 선수들은 모두 혐의 입증, 그렇다면 나머지 선수들은 누구?

프로농구 12명, 유도 13명, 레슬리 1명 등 총 26명의 선수가 검거됐다. 31명을 조사했는데, 3명은 현역 군인이라 군부대로 이송했고 2명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브리핑을 맡은 박만순 사이버수사팀장은 "언론을 통해 실명이 거론됐던 선수들은 모두 혐의가 입증됐다"고 했다. 즉, 김선형(SK) 김현민(kt) 장재석(오리온스) 안재욱(동부)은 모두 혐의가 입증돼 10일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다. 여기에 은퇴한 박성훈(전 삼성)도 12명 안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궁금한 건 남은 7명의 선수다. 박 팀장은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기에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2명 중 4명은 상습 도박 혐의가 있다"고 했다. 프로에 입문해서도 불법 도박을 했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은 대학 시절에 불법 베팅을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모두 같은 대학 출신들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엮인 이들도 있다. 박 팀장은 "대학 시절 함께 생활하며 같이 도박에 가담하게 됐다. 상무도 유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지난 일들이 들춰졌나.

상습 도박 혐의가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많은 선수들이 대학 시절 불법 베팅을 한 혐의로 입건이 됐다. 이들이 불법 베팅을 했던 것은 모두 프로에 오기 전인 2011년 이전으로 확인됐다.


왜 이제서야 이 문제들이 들춰진 것일까. 박 팀장은 "지난 3월 승부조작 제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경찰이 이날 발표한 내용의 제보. 농구선수 A가 2015년 2월14일 삼성-전자랜드전에서 유도선수 B의 사주를 받아 경기 중 일부러 에어볼(슛을 했는데 공이 림에 맞지 않는 것)을 하는 등 소속팀이 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A 소속팀 패배에 불법 베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팀장은 "이 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현직 농구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현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돈이 옮겨진 계좌 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금 경로가 파악됐는데, 한 대학 출신 선수들이 무더기로 불법 베팅에 참여하고 있던 혐의를 잡아낸 것이다.

공소시효 지난 못잡은 선수는 누구?

2명은 불기소 처분이다. 2명 모두 농구선수다. 2명 중 1명은 아예 혐의가 없다. "내일 이 선수 뛰느냐" 등의 질문에 답을 한 정도의 혐의라 죄가 없다.

문제는 나머지 1명. 이 선수는 혐의가 입증됐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 불법 인터넷 도박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 이 선수는 2010년 이전 대학 시절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브리핑을 맡은 박만순 사이버수사팀장은 "이번 입건자들 중 대학 시절 인터넷 불법 도박을 한 선수들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만 말했다. 이어 "무혐의 선수들은 명예가 실추될 수 있기에 실명이 공개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두 사람은 그동안 실명이 언급된 적 없는 선수들이기에 굳이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결국 법적으로는 처벌받지 못하지만 이번 입건자들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해당 학교가 어디인지 뻔히 알려진 상황에 이 선수가 누구인지 알려진다면 파문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의정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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